“내가 해야 할 일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12.01
  • 호수 13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출가 백석현 씨에게 들은 연극 뒷이야기
연극 「수레바퀴」가 공연되고 있는 정보소극장 근처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연출가 백석현 씨를 만났다. 이 공연은 한국소극장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공연장 대관료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희곡을 직접 쓴 것은 물론 연출까지 직접 한 백 씨와의 이야기를 통해 연극 「수레바퀴」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백 씨가 본 공연의 희곡을 처음 쓴 것은 그가 29살이 되던 해였다. 외국과 달리 연극으로 구현되기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희곡이 적었던 당시, 그는 국내에 이런 종류의 희곡이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연극 「수레바퀴」는 스타니슬랍스키를 사용한 극이에요. 심리와 감정은 일하는 일상 아래 감춘 채 신체적 행동을 계속 보여주는 공연이죠.”

현재 그의 나이는 33살. 4년이 지나서야 올해 그의 글이 무대로 구현된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는 공연을 함께 만들기 위한 동료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런 작품은 특히 공연으로 제작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작업을 같이 해본 사람과 함께 해야 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모이길 기다렸죠.”

이렇게 극을 실제 공연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연극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연극은 연출가와 배우가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에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연출이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한다면 배우는 각각의 인물을 직접 만드는 역할을 하잖아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배우들이 더 좋은 것을 찾아올 때가 종종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차용해 극이 점차 좋게 바뀌죠.”

이번 공연은 이런 과정이 더 빛을 발한 작품이다. 극의 인물들이 공장에서 구체적으로 맡은 공정이 있고 이 연극은 그 행위들을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공장에서 각자 분업화되고 세분화된 역할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연출가인 제가 각각의 역할을 세세하게 다 찾긴 힘들죠. 그래서 배우들이 이를 다 생각해 왔어요. 저는 이것들을 조율하고 배치했죠. 마침내 극 전체가 잘 맞물려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마치 사람도 공장의 한 부속품인 것처럼 말이죠.”

연극 「수레바퀴」의 주제는 다른 대학로 공연들과 달리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연출가만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시장이 확대대고 도시가 생겨나면서 노동이 활성화 됐어요.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하게 다져졌죠. 그러면서 우리는 더 편한 삶을 살게 됐다고 믿어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가 그저 일하기 편한 환경으로 변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우리의 노동만 더 늘어날 뿐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그는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 생각하고 이 상황을 깨보려는 의지를 지녔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는 노동에 파묻혀 살아가면서 정말로 중요한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어요.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이를 느끼고 주변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보면 대부분 가벼운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백 씨는 더욱 무겁고 문제의식을 지닌 작품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가벼운 연극들은 제가 안 해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잘 하고 있고요. 사라져가는 것을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