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목소리를 담는 신문인가
누구의 목소리를 담는 신문인가
  • 이승아<과기대 응용물리학과 08> 위원
  • 승인 2012.11.27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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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매체가 많아질수록, 좋은 기사와 안 좋은 기사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광고와 조회수 덕에 안 좋은 기사도 ‘비싼’기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도 “미모의 여대생, 대낮에… ‘충격’”과 같은 기사를 좋은 기사라 평하진 않는다. 선정적인 기사와, 무비판적인 ‘관영매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전자는 광고로 먹고사는 중소 ‘사이비’ 언론 이야기고, 후자는 최근 급격히 무너지는 공영방송의 이야기다.

낯부끄러웠다. 1376호를 집어들어 1면을 읽은 소감이다. ‘취업률 6위’. 불황에 대단한 일이긴 하다. 한양인들이 사회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여전히 부끄럽다. 첫 문단에서 언급한 후자에 가까운 부끄러움이다. 이런 순위는 분명 대외적으로 내보내기에 적합한 소재가 틀림없다. 사랑한대나 인터넷 한양 뉴스, 혹은 동문회보에서 다룰만한 소재란 이야기다. 하지만 한대신문은 홍보매체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읽는 신문의 1면에서 ‘6위’가 대서특필할 만한 이야기였을까. 또 비슷한 순위의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아쉬울 수도 있는 ‘애매한 6위’를 이토록 자랑스럽게 내보낼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기사에는 기본적으로 ‘취업 잘 하는 학생이 성공한 학생, 취업 잘 시키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는 가치판단이 들어있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대학이 취업학원화된 현실, 우리가 ‘취업률’이라는 통계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는게 한대신문의 역할이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만든 통계를 기계적이고 무비판적으로 활용한 기사라는 느낌뿐이다.

문화면에서는 ‘대학가요제’를 다뤘다.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90년대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들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자 대중가요의 흐름을 좌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그 위상이 하락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좀 더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혹은 인터뷰 기사로 10년 전 대학가요제 출신 뮤지션과 최근 수상자의 만남, 혹은 이들과 오디션 프로그램 수상자의 만남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한다. 문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뮤지션 등용문이 대학가요제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옮겨간 것에 대한 섬세한 통찰과, 그럼에도 대학가요제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를 덧붙였어도 좋았겠다.

학내 언론매체들이 함께 준비한 양 캠퍼스 공청회 기사는 좋았다. 지난 호, ‘각 선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던 김나영 독자위원의 지적 때문이었는지 변죽에서 정곡으로 나아가는 느낌도 받았다. 다른 학내 소식들 또한 꼼꼼하게 담겼다.

궁금했던 대선 특집 기사도 잘 읽었다. 공동 여론 조사 결과와 더불어 단일화에 대한 시각, 이번 대선에서의 20대 역할 등을 다룬 좋은 시도였다. 다만 인포그래픽의 가시성이 아쉽다. 인포그래픽은 편집자의 의도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도구다. 특정 성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좀 더 명확한 그래픽이 어땠을까.

한대신문은 색을 갖지 않되 색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자의 색은 여느 학내언론이라면 피할 수 없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고, 후자의 색은 한대신문이 다른 학내언론과 차별화될 수 있는 모습을 말한다. 꼭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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