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사한 표는 ‘비밀’이 아니다
당신의 행사한 표는 ‘비밀’이 아니다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2.11.26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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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정대, 2층 로비에서 투표소의 안내문까지 보여
▲ 한 학생이 언정대 2층 로비에서 언정대 투표소를 내려다보며 찍은 모습이다.
ERICA캠퍼스 언정대의 투표소의 문제점이 투표 마지막 날인 21일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의 제보로 드러났다. 학생 A는 “언정대 2층 로비에 있었는데 1층 투표소의 윗부분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투표를 하고 있던 학생이 누구를 찍었는지 훤히 보일 정도라 선거의 4대 원칙인 ‘비밀선거’에 위배된다고 생각해 제보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본지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지한 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장지호<예체능대 경기지도전공 06> 군에게 전달했다. 언정대 단대선거관리위원회(이하 단선관위)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지한 후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언정대 선거관리위원장 변승협<언정대 신문방송학과 07> 군은 “단선관위에선 표 처리 방식에 대해서만 논의했을 뿐, ‘비밀선거’에 관한 부분은 다루지 않았다”며 “매년 그 위치에서 문제없이 투표가 진행돼 유효표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학생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태도였다. 엄세환<언정대 정보사회학과 12> 군은 “비밀선거가 보장받지 못하는 표는 무효표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 또한 “관성적으로 그 자리에 투표소가 있었기 때문에 유효표로 처리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이며 선거 시행 세칙과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정대 표 처리 문제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 또한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중선관위에서도 “언정대 투표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의 선택과 권리 행사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언정대 표가 유효표로 처리됐다.

언정대 단선관위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과문이나 공고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는 “현재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선관위는 ‘긁어 부스럼’이란 생각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과 같은 단선관위의 행위가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전했다.

이에 언정대 선거관리위원장 변 군은 “아직 단선관위에서 사과문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투표소 위치 등 이번 선거에서 있었던 문제점을 다음 선관위원들에게 전달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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