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는 필요없는가?
교원평가는 필요없는가?
  • 한대신문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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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곤<사범대·교육학>교수
한양대 교수협의회는 다음 학기부터 일체의 교수평가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를 평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할 사제관계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학생들의 강의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해마다 논문을 몇 편 게재 하였느냐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업적평가는 논문의 양적 팽창만을 가져오고, 오히려 연구의 질적인 수준을 떨어뜨려 놓았다.
교수협의회는 최근 들어 정부가 교수업적평가를 강화하려는 조치는 평가의 부정적 영향은 은폐한 채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교수들에게 전가하려는 음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물론 사실이 아니고, 가상적 상황일 뿐이다. 그러나 3월 31일 제 12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혜옥 위원장은 이번에 실시한 “교원평가제도는 학생-교사-학부모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교원평가에 대한 반대투쟁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비단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 등의 교원단체는 그 동안 줄 곧 교원평가를 반대해 왔다. 과연 그러한 반대가 타당한가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현재 교원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알아보자.

이번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교원평가는 평가를 받겠다고 신청한 학교의 교사들만을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수업준비를 잘해 오시는갚 등 수업준비, 수업실시, 학생지도 등에 걸쳐 각각 2개 항목씩, 총 6개항목의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본인에게만 통보해주고, 수업개선의 자료로서 활용하도록 하였다. 평가결과가 아무리 나빠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반대로 평가결과가 매우 좋아도 그저 그뿐이다. 교사본인만 참고로 알고 있으면 된다.

현재 대학교수들이 받고 있는 평가와 비교해보면 전혀 평가라고 할 수도 없고, 단순한 설문조사에 지나지 않는다.

교원단체는 초중등 교원은 대학교수들과는 업무의 성격이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교수들처럼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다른 나라 교사들은 대학교수나 회사원 혹은 일반직 공무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마다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가 나쁘면 승진도 안 되고, 돈도 적게 받고, 결국에는 교직을 그만두어야만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교원의 전문성과 안정성 보장을 중요시하는 관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교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모든 교원들을 대상으로 수업능력, 생활지도, 특별활동, 연구능력을 엄격히 평가하여 승급, 승진, 보수, 인사이동에 반영하고 있다. 평가결과 ‘지도력 부족교원’으로 판단되면 1년의 연수와 재교육을 받아야 하며, 성적이 나쁘면 교단을 떠나야만 한다. 왜 우리나라 교사들만 유독 이러한 평가에서 예외이어야만 하는가?

교원평가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국 정부에게 ‘교사들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엄격한 교원평가이며,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교원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교원단체들이 반대한다고 하여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다른 나라와 같이 교원의 책무성과 교육의 질을 드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인 평가방안을 마련하여 교원의 승진, 인사, 보수 등에 반영해야만 한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무를 위임받은 정부의 올바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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