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변화, 퓨전과 크로스오버
국악의 변화, 퓨전과 크로스오버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11.25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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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창조적 정신이 중요해”

‘퓨전’이라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한 외래어가 아니다. ‘퓨전국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퓨전국악이라는 장르적 특징과 범위는 애매모호하다. 화려하면서 역동적인 느낌으로 서구적이거나 현대적 감성을 표현한 전통음악…. 실제로 퓨전국악에 대해 명확히 정의된 바도 없다. 이제 막 음악과 장르 자체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는 단계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은 20세기 초반 소수의 서양음악 전공자나 작곡가들이 국악을 한국 음악의 중심에 두고자하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장르 간 복합은 크게 두 갈래인 퓨전국악과 크로스오버 국악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퓨전국악은 상업성을 목적으로 대중성을 띠게 만들어진 음악인 반면 크로스오버는 국악 자체의 음악성에 집중해 전통적 장단, 가락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퓨전국악은 이질적 요소의 융합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한 음악이며 크로스오버의 음악적 의미는 장르간 혼합으로 서로 다른 장르가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한 것이다.

퓨전국악은 본격적으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따라서 상업적 용어이지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개념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년 째 퓨전국악과 관련해 작곡과 연주팀을 기획해 온 김진일<더홀릭> 대표는 “퓨전국악을 시도하던 초창기에는 악기만 국악기로 바꿨고 다음에는 편곡을 시도했다”며 “최근엔 대중성을 고려해 연주에 연기와 안무를 가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조적 음색인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성에 맞춰 밝은 느낌의 장조로 변화시키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빠른 템포로 편곡한 것 역시 퓨전음악으로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밖에 그룹 ‘IS’, ‘SOREA’, ‘숙명가야금연주단’ 등이 대중성을 목적으로 퓨전국악을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퓨전국악’은 ‘크로스오버’와는 구분하지 않은 표현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퓨전국악과 크로스오버의 의미 자체가 음악적 용어는 아니지만 이 두 음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크로스오버라는 용어 역시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으나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퓨전국악과 가장 큰 차이점은 두 장르 이상의 특징이 조화를 이루면서 각각의 요소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국악적 요소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악과 클래식, 국악과 재즈 등의 결합이다. 해금으로 다양한 장르로의 결합을 꾀한 강은일 연주자, 재즈와 국악을 결합해 홍대에서 활동하는 정민아 연주자 등이 크로스오버 국악 연주자로서 활약하고 있다. 국악의 요소를 보존하면서 창조·발전시킨 것이다.

한편에서는 국악의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변질된 국악’, ‘정체성을 잃은 음악’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국악 역시 진보적으로 진화하는데, 전통적 가락을 유지하며 국악적 의미를 잘 살리는 경우도 많다”며 그 예로 그룹 ‘공명’, ‘앙상블 시나위’ 등을 추천했다.

최근에는 이런 새로운 국악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길거리 공연부터 영화나 광고음악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중스타들이 아시아권과 유럽권에서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듯 국악의 새로운 시도들 역시 우리나라의 콘텐츠로서 주목받고 있다. 논문 「퓨전국악의 시대적 양상과 상업성 연구」에서는 ‘21세기의 문화의 다양성이 인정됨에 따라 문화 상품으로의 퓨전국악의 산업성도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이 교수는 “국악을 세계에 알리겠다던 몇몇 퓨전국악 그룹이 있었으나 아직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상업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우리 것을 기본으로 지키며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논문「퓨전국악의 시대적 양상과 산업성 연구」, 논문「한국 전통음악의 크로스오버 현상 연구: 음반을 중심으로」

▲ 크로스오버를 이끄는 해금연주가 강은일의 '도라지꽃' 연주 영상
▲ 퓨전국악 그룹 'SOREA'와 댄스팀의 합동무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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