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 힉스를 찾아라
하나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 힉스를 찾아라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11.24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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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소립자, 힉스 입자와 99.9% 일치, 남은 0.1%의 오차를 찾아내야 한다

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이하 CERN)는 지난 7월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로 알려진 ‘힉스 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롤프 호이어<CERN> 소장은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하나의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힉스 이론에 부합하는 입자의 발견은 과학계가 더욱 구체적인 입자물리학 연구로 향하는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표와 동시에 ‘신의 입자’의 발견이라며 전세계 과학계와 언론이 들썩였다. 오는 연말 쯤이면 발견된 소립자가 힉스 입자인지 아닌지 정확히 밝혀지게 된다.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이 작은 입자 하나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 LHC에서 양성자를 충돌시켜 관찰한 충돌 이미지. 흰 색의 선들은 충돌로 인해 생긴 입자들의 궤적이다.
‘신의 입자’ 힉스, 왜 중요한가
힉스라는 용어는 1964년 ‘힉스 메커니즘’을 제안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힉스(P.W. Higgs)의 이름을 따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힉스 입자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힉스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데, 힉스 메커니즘은 존재하는 모든 입자에 질량이 부여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김항배<자연대 물리학과> 교수는 “언론이나 입자물리학자들조차 ‘힉스 입자가 모든 입자에게 질량을 준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힉스 입자가 쿼크나 렙톤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몸의 질량을 결정하는 양성자에는 질량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힉스 메커니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표준모형에 관한 내용이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표준모형 이론은 자연에서 작용하는 네 가지의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중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이 기본 입자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지난 40년 동안 실험적 검증을 통해 정리한 이론이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37억 년 전 빅뱅(우주 대폭발)으로 인해 여러 입자가 생겨났고 이때 생겨난 입자들이 쿼크 6개, 렙톤 6개, 게이지 입자 4개, 그리고 힉스 총 17개의 기본 입자인 것이다.

김 교수는 “쿼크와 렙톤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이고 게이지 입자는 입자 간 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 입자들 사이에는 세 가지의 힘이 작용하는데 각 입자들의 질량이 있어야 얼마나 작용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표준모형 16개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의 가장 핵심적인 입자라고 볼 수 있다. 박인규<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힉스 입자를 통해 물질의 근원 입자들이 몇 개나 존재하는지, 또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힉스 입자는 우주 초창기에 물질이 어떻게 창조됐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표준모형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힉스 입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힉스 추정 입자 발견, 앞으로의 과제는
표준모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이래 힉스 입자 외 16개의 입자는 비교적 쉽게 발견된 반면 힉스 입자는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못했다. 이에 김 교수는 “표준모형 이론이 등장한 당시 과학자들은 힉스 입자를 발견하기 위한 충돌 에너지양이 다른 입자들을 발견했을 때의 충돌 에너지양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며 “당시 가장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충돌기에 에너지 최대치를 발동시켰지만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아 결국 수억을 들여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이하 LHC)를 건설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HC로 충돌시킨 양성자들의 데이터들이 힉스 입자 이론에 부합하는지를 비교·분석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 끝에 드디어 LHC를 통해 새로운 소립자가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발견된 소립자는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입자다. 과학자들은 사실상 이 입자를 99.9% 힉스 입자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만약 발견된 입자가 힉스 입자라고 밝혀진다면 과학자들은 힉스 입자의 성격을 더 면밀히 조사하게 될 것이다. 박 교수는 “힉스 입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가속기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힉스 입자가 생성될 수 있는 충돌 에너지양에 맞춰서 양성자를 충돌시켜 힉스 입자를 많이 만들어내고, 그로부터 힉스 입자의 성격을 심층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표준모형 외에도 우주의 물질세계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이론들이 있다”며 “예를 들면 초대칭이론, 초끈이론 등의 이론들이 예견하는 입자를 찾기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발견된 소립자가 힉스 입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위에서 말했듯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입자다. 때문에 지난 40년 간 진행됐던 표준모형 연구가 그야말로 물거품이 돼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힉스 입자가 아니라면 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할 것이고 그에 맞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로 봐서는 발견된 입자를 힉스 입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CER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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