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칠 수 없는 밤샘, 무너져가는 대학생
뿌리칠 수 없는 밤샘, 무너져가는 대학생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11.24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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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지새우는 ‘올빼미 대학생’들의 천태만상
대다수 학생들은 고등학생 시절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시 공부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 생활은 여유로울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입학한다. 하지만 현실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무수한 과제는 물론 시험공부로 인해 대학생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학생들은 자연스레 ‘밤샘’을 택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세인트 로렌스대 심리학과 파멜라 태처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111명의 대학생 중 2/3의 학생들이 적어도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밤샘 공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와 대학가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밤샘을 하다보니 학교는 물론 학교 주변까지 밤을 지새우는 학생들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각 대학교의 중앙 도서관의 열람실, 동아리방, 학교 주변의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카페는 전공 서적과 노트북을 펼친 학생들로 연신 북새통을 이룬다.

밤샘을 할 때 주로 중앙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공민경<연세대 경영학과 11> 양은 “학생증을 찍는 절차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경비아저씨가 계시기 때문에 중앙 도서관에서 밤을 새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 것 같다”며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고 적당히 사람이 많아 편안해서 학교 열람실에서 밤을 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주로 카페에서 밤을 샌다. 김지아<할리스커피 한양대점> 사장은 “시험기간에는 특히 매출이 많이 오른다”며 “많은 학생들이 찾는 만큼 평소에는 자정 전에 마감하는 3층도 시험기간에는 새벽까지 운영한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밤을 샌다는 장수빈<사범대 교육공학과 11> 양은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선 너무 조용히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런 스트레스로 오히려 공부가 안 돼 카페를 선호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밤샘 장소로 동아리 방을 택한 김동규<경금대 경제금융학과 12> 군은 “동아리방에서는 행동이 자유롭고 카페와 같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며 “밤늦게까지 공부한 후 다시 집에 갔다 등교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잠시 눈을 붙이기에도 좋다”고 전했다. 

밤샘의 동반자, 에너지 드링크
많은 학생들은 밤을 새기 전이나 밤을 새는 도중 잠을 깨우기 위해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나 박카스와 같은 자양강장제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에서 새롭게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음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드링크’다.

에너지 드링크는 육체 피로 시 영양 보급 등을 목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에너지를 공급해 집중도를 높이고 기운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음료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영진<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 타우린, 과라나, 구연산, 비타민, 카르니틴 등이 함유돼 있다”며 “뇌의 활동을 촉진하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잠을 깨는 듯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과거 에너지 드링크는 탄산음료 시장의 3%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현재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강지연<미니스톱 백남학술정보관점> 점장은 “한양대 학생들이 시험기간에는 물론 평소에도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섭취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2.5배 더 판매된다”고 전했다. 또 강 점장은 “한 명이 2개씩 소비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빼미들의 최후, 밤샘의 문제점
지속적인 밤샘 생활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도서 「똑같이 공부하고도 2배의 효과를 내는 9가지 방법」은 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잠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휴식 방법이기 때문이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신체는 활동을 중단하고 근육의 긴장을 풀며 내부 장기들도 휴식을 취한다. 또 깨어있는 시간에 깨질 수 있는 뇌와 신체의 균형을 맞추고 각성기 동안 축적된 독성물질을 처리하며 자아집중력을 회복시킨다. 따라서 충분한 잠을 취하지 못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질병에 걸리기 더 쉬워지게 된다. 

또 지속적인 밤샘은 본인의 생체리듬을 상실하게 만든다. 안주홍<자연대 생물과학과> 교수는 “인체 내부에는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리듬’이 있다”며 “생체리듬이 잘 유지돼야 뇌가 생화학적, 전기적 균형을 원활히 조절하는데 이것이 밤샘으로 인해 파괴된다면 수면박탈이나 미세수면 상태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발행된다”고 전했다.

밤샘은 기억력 저하도 야기한다. 논문 「수면부족 상태에서의 인간 기억능력 저하」에 따르면 잠이 부족할 때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수면 부족은 해마 부위의 일시적 축소와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이는 곧 새로운 정보와 기억을 저장시키는 데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도서 「공부 심리학」에 의하면 뇌는 낮에 경험했던 정보들을 잠을 통해 기억하고 재구성한다고 한다. 뇌는 한꺼번에 정보를 기억하고 조직화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기억해야할 정보를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심리적으로는 ‘기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고 한다.

수면 부족 자체로 인한 문제점도 크지만 잠을 쫓기 위해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식품영양재단이 발표한 「취약계층의 카페인 일일권장량의 설정에 관한 연구」는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심장질환 발병률 증가 △요실금 증상 증가 △위산과다분비로 인한 위 점막 손상 △콜레스테롤과 혈압 증가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카페인 일일권장량은 성인의 경우 400mg”이라며 “학생들은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이에 중독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카페인 함유량을 해당 제품에 표시하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는 극히 일부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기업체는 카페인 등의 성분 함량을 제품에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기업체에겐 주의 문구나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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