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새로운 바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학의 새로운 바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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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영학은 곧 윤리이다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고발한 어린이 노동자 <사진 New Mexico State University>
현대기아차그룹이 최근 비자금 의혹, 하청업체 착취 등 비리경영으로 얼룩진 성장을 해왔다는 보도와 함께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하 CSR)이 경영학에서 커다란 화두가 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기부활동을 한다며 부산스러운 모습이다.

CSR은 경제·환경·사회 문제에 있어 기업이 철학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윤창출 이외에도 노사관계·기업지배구조·복리후생·소비자 보호·환경친화적 경영·사회공헌 등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CSR이 대두되는 배경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불미스러운 일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제까지 기업과 여러 이해관계자(주주·노동자·소비자 등)의 안정적인 관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마케팅 이론에서 CSR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CSR이 기업이미지 제고·인재육성·조직혁신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국적 햄버거 판매 전문점 맥도널드는 9·11 직후 테러 현장에 이동 급식소를 설치, 7만명분의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맥도널드는 미국 포츈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에 연속으로 뽑히기도 했다.

미국의 나이키는 지난해 4월 ‘기업 책임 보고서’에서 자사의 5백69개 해외 공장의 25%가 신체 학대 등 노동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공개했다. 이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비난 받아온 나이키가 처음으로 자사의 해외 공장 실태를 공개해 문제를 시인한 것이다. 실제로 나이키의 경우 아동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 사진이 나가면서 대규모 불매운동과 함께 1997년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지고 매출이 급감했다. 사장의 사과 이후 근무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이미지와 주가는 다시 회복됐다. 나이키가 기업책임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CSR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구루이자 현대 마케팅의 대부라고 불리는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 이상의 경제적 실익도 거두게 하는 비법”이라고 강조한다. CSR을 이행하되 단순한 자선활동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고 경영 및 마케팅의 전략적 차원에서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CSR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부의 사회적 환원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CSR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초보적이다. CSR을 행한다고 하는 기업의 활동은 헌혈캠페인·장학금 전달·봉사단 확대 등에 불과하다. CSR을 자선활동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CSR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에서 환경적 책임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동아일보는 ‘기업 경쟁력을 해치는 사회헌납 강요 말라’라는 제하의 사설을 찍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콘 코퍼레이트 시티즌십 스터디에 따르면 91%의 미국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의 제품 대신 타기업의 제품구매의사를 나타냈다. 기업의 경쟁력과 CSR은 비례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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