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 허인규 기자
  • 승인 2012.11.21
  • 호수 1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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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 이호준<신문방송학과 85> 동문

그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공무원이다. 공무원 겸 아마추어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다. 프로는 아니지만 그는 자신만의 사진 철학이 있다.  제목과 설명이 없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 사진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공무원은 쉬운 직업이다?
공무원법에 따른 철저한 신분 보장에 시간이 지나면 봉급이 차곡차곡 올라가는 안정적인 공무원. 최근 안정적인 삶을 중시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영화도 만들어질 만큼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은 ‘철밥통’이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됐다. 공무원에 대해 직업 특강도 가끔 하러 다닌다는 이 동문에게 공무원은 어떤 직업인지 물었다.

"보통 공무원이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주중에는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해요. 왜냐하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일을 하기 때문이죠. 제 담당업무는 통신요금과 통신이용제도 관련 사항인데요, 이용자들의 통신생활과 매우 밀접한 사안들이죠. 소비자들이 관심이 많은 만큼 매일매일 많은 이슈들이 발생해요. 그것들에 대응도 해야하고 이용자 편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야 해요. 그러기 때문에 긴장도가 높고 스트레스도 많을 수밖에 없어요."

현직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직접 설명을 들었지만 아직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 업무적인 압박감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어떤 점에서 그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

“공무원 사회는 외부적인 경쟁은 거의 없는 편이예요. 그래서 혹자는 경쟁 상대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일이 없으니까 편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대신 책임은 그만큼 커지는 거죠. 대한민국에서 통신요금 정책담당자는 단 몇 명뿐이고, 그 중에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커질 수 밖에 없죠. 제 처지에서 생각해 보세요. 통신서비스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느껴지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물론 자부심도 크게 느끼죠.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거, 어깨는 무겁지만 매우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죠.”

그는 스트레스라는 문제에 사진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카메라와 멀어지긴 했지만 실제로 그는 학창시절에 사진 조교로 일할 만큼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의 맛을 아는 사람이었다. 달랑 똑딱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한강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가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가 됐다. 어느새 사진은 그에게 없어선 안 될 활력소가 돼 있었다.

“사진 찍기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 전에 저는 직업인이기 때문에 업무에 소홀해지면 안 돼요. 원래 휴식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요. 하지만 가끔 날씨 좋을 때면 회사에 있어도 출사가고 싶더라고요. 그럴 때는 다음날 이른 새벽에 카메라를 들고 출근해요. 버스를 타고 한강에서 내려 한 30~40분 사진을 찍고 다시 회사로 가곤 하죠. 바쁘긴 하지만 사진 찍기에 할애하는 시간은 아깝지 않아요. 사진 찍기는 제 에너지입니다.”


한강의 아티스트

▲ 그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 계단에서 운 좋게 찍은 사진이다. 구름이 가족들의 실루엣을 감싸고 있다.
이 동문은 사진 찍기가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잡다한 고민을 해결할 기회도 준다고 말한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작품으로 선물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사진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을 찍는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첫째로 ‘힐링’이 되기 때문이에요. 자신을 좀 위로해 주고 싶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해요. 머릿속에 사진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채우면 자연스레 다른 생각은 지우게 되죠. 정신적으로 힘들 때 사진을 찍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두 번째는 ‘소통’이에요. 공무원들도 SNS를 통해 소통을 많이 하면 좋지만 말의 무게가 남다른 만큼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런데 사진은 말이 필요 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소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이 반응을 주는 거에요. 그 점에서 사진은 저와 친구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거죠.”

그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프로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단지 일상에 지친 자신을 안식처로 보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좋은 렌즈와 출사 장소에도 욕심이 없다. 현재 있는 장비로 자신 주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렌즈를 갖다 댈 뿐이다. 그에게 서울의 한강은 파라다이스다.

“사람들이 제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한강을 다양하게 찍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한강의 특정 포인트만 찍는다면 저는 한강 구석구석 깊숙이 들어가요.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무작정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눈앞의 풍경이 마음에 와 닿으면 셔터를 눌러요.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참신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죠. 우리 주변에는 작품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찍다 보면 자꾸만 아쉽게 마련이다. ‘조금만 더 당겨 찍을 수 있다면…’, ‘좀 더 좋은 장비가 있었다면…’ 카메라 앞에선 누구나 욕심쟁이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 흔한 렌즈 하나 안 사고 최소한의 장비로 출사를 다녔어요. 답답함은 물론 있죠. 그런데 저는 다른 렌즈를 사고 싶은 마음은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망원렌즈를 달기 시작하면 욕심을 주체 못할 것 같아요. 그냥 현재에 만족하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요.”

장비뿐만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 다른 분야도 도전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욕심이 없다. 다만 자신의 뚜렷한 사진 철학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사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풍경 사진을 좋아하지만 풍경만 담기보다는 사람 사는 냄새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해요. 저는 계속 그런 사진을 찍고 싶어요. 단순히 사진을 찍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겨낼 힘을 얻는 거예요.”

사진 류민하 기자 rmh71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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