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새 화두, 디지털 생태계
경영학의 새 화두, 디지털 생태계
  • 한대신문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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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교수<경영대·경영>
인간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주체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경영학연구의 출발점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자로 비추어졌고, 실제 그렇게 행동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독과점기업은 실제로 초과이윤을 극대화하는 이기적 행동을 해 온 것이다. 

많은 산업에서 독과점이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기업의 당위적 목표는 언제부턴가 이윤극대화에서 기업가치의 극대화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본시장으로, 기업가치는 자본시장에 비추어진 주식의 총가치, 즉 시가총액으로 평가되었다. 

경영학에 있어서 디지털 생태계의 개념이 나타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물론 시작은 20세기말에 불어 온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혁명이다. 디지털 생태계는 바로 이 시기에 인터넷 기반위에 형성된 비즈니스 환경을 일컫는다. 디지털 생태계는 비즈니스 행위의 주체가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서로 거래관계를 형성하거나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기업집단이라고 보며,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도 단일기업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아니라, 상호 협력하는 기업집단 전체의 공동의 생존과 번영이어야 한다고 본다.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은 2006년 아젠다를 디지털생태계로 설정하고, 건강한 디지털생태계를 어떻게 가꾸어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오랜 기간 공동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모색하고 가꾸어 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정부정책, 기업들의 경쟁전략, 그리고 기술개발의 관점에서 연구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분야에서 최근 10여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결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 있어서 세계 1위를, 각종 정보화지표에 있어서 수위권을 달성하였고, 이동전화의 높은 보급률과 IT-839전략 등 정부주도의 연구개발정책으로 반도체, 이동전화, 가전분야 등에서 세계최고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였다.

IT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발전모습을 보여 온 한국경제에 대해 세계경제포럼이 관찰할 만한 디지털생태계로 주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90년대 통신시장개방과 초고속인터넷의 대대적 보급으로 촉발된 우리 정보통신시장의 극적인 성장은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영학의 조류로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 있어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자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더욱이 그 생태계의 목적이 이기적인 소수기업의 독과점적 이윤이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 전체의 공동의 생존과 번영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경영학 조류의 관찰대상이 바로 우리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비즈니스 자세를 가다듬고 모범을 만들어가야 할 책무를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의 자각과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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