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음악인을 위한 축제의 장
대학생 음악인을 위한 축제의 장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11.17
  • 호수 1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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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학가요제의 노력
몇 년 전 한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국을 강타했다. 갑작스런 오디션 열풍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낳았고 현재까지 시즌을 거듭하며 그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은 몇 십 년 전에 이미 큰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MBC 대학가요제」가 그것이다. 1977년에 처음 개최된 이 대회는 우리나라 오디션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대학가요제는 일반인들이 참가해 자신의 기량을 뽐낸다는 점에서 현재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대학가요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여타의 오디션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아직 졸업 하지 않은 대학생이라도 5학기 이상 휴학을 한 대학생은 참여할 수 없게 해 ‘순수한’ 대학생만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오디션에선 이미 발표된 가수들의 곡으로 자신의 가창력을 평가받지만 대학가요제에선 대학생이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한 미발표 순수 창작곡을 불러야 한다. 그야말로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국 대중가요의 발전과 함께
대학가요제는 단순히 대학생들이 자신의 음악을 표출하는 자리 이상으로 한국 대중가요를 발전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논문 「한국 대중음악 발전에 있어 가요제의 긍정적 역할 연구 : MBC 대학 가요제를 중심으로」에 의하면 대학가요제는 창작 열풍을 일으켜 가요계의 발전에 기여했다. 순수 창작곡을 불러야 한다는 참가 조건은 대학가에 숨겨진 우수한 싱어 송 라이터를 발견하는 역할을 했다.

가수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대학가요제는 대중가요사적으로 중요하다. 과거 가수들은 미8군 클럽 무대나 음악 카페를 통해 데뷔했다. 하지만 가수들이 각종 가요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자 대학가요제는 가수 데뷔의 정석으로 자리매김 했다. 심지어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다는 말이 돌거나 재학 시절 내내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는 ‘대학가요제 고시생’도 있었다.

또 대학가요제는 대중에게 새로운 음악 장르를 소개했다. 도서 「한국 대중 가요사」에 따르면 대회 초기엔 포크 음악이 대세였지만 대학가요제를 통해 록 음악이 다뤄졌고 이는 개화하지 못한 록 음악을 확장시키는 데에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1회 대학가요제의 우승곡이 록 음악이라는 점은 대학가요제가 비주류 음악에 관심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학가요제의 위기 그리고 변화
대학가요제는 과거 대중의 관심 속에 김경호, 노사연, 배철수, 신해철, 임백천, 전람회, 조갑경 등 유명 가수를 배출해왔다. 하지만 현재 화려한 명성은 퇴색한 지 오래다. 지난 2005년에 ‘EX’가 청년실업을 노래한 「잘 부탁드립니다」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스타덤에 오르는 데엔 실패했다. 2009년엔 ‘군계일학’이 표절시비에 휘말려 오히려 대학가요제의 부활에 걸림돌이 됐다. 논문 「2000년대 이후 국내 가요제의 분류와 역할에 관한 연구」는 대학가요제 약세의 원인을 10대를 중심으로 한 음악의 대두와 이에 따른 아이돌 중심의 가요 시장, 그리고 다양해진 가수 데뷔 방법으로 꼽았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2012 MBC 대학가요제」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중 돋보이는 것은 「MBC 대학가요제: 뮤지션의 탄생」이다. 이는 본선에 진출한 팀들이 두 달간 합숙하며 다양한 미션과 쇼케이스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조수빈<MBC 홍보국> 사원은 “지난 3일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며 “본선 진출자들은 대학가요제 무대에 서기 전에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변화는 해외 예선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조 사원은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예선을 실시해 총 세 팀을 선발했다”며 “대학가요제가 글로벌 오디션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국 대학교 캠퍼스에서 실시되던 행사는 올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소현<MBC 정책홍보부> 사원은 “이번엔 더 안정된 무대를 위해 드림센터에서 공연을 진행했다”며 “울림 없이 선명한 소리를 전달해 가요제에 생생함을 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변화가 시도됐던 제36회 「2012 MBC 대학가요제」는 지난 8일 대학생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곡 「넥타이」를 부른 신문수<광운대 영어영문학과 08> 군이 대상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다. 신 군은 오는 17일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수상곡 「넥타이」를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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