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초파리로 키 성장의 KEY를 발견하다
[학술] 초파리로 키 성장의 KEY를 발견하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11.15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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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유전학적으로 증명된 성호르몬과 신체 크기와의 상관관계
▲ 초파리가 유충에서 번데기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이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이르는 과정과 유사하다.

성호르몬은 척추동물의 생식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생식기관을 발달시키고 그 기능을 유지시킨다. 동물은 성호르몬을 바탕으로 생식이 가능한 성숙한 개체, 즉 성체(成體)로 성장해 나간다. 이 성호르몬은 동물의 성적 성숙뿐만 아니라 최종 신체 크기에도 영향을 준다. 동물의 성적 성숙과정이 시작될 무렵 신체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호르몬이 신체의 크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최근 김빛내리<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와 현서강<중앙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초파리를 이용한 성호르몬과 신장과의 상관관계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증명해냈다.

그런데 왜 연구진들은 초파리를 통해 성호르몬과 신장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했을까. 사람의 중요 유전자, 질병 등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가 초파리에도 대부분 그대로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초파리는 20세기 초에 처음 과학계에 등장했다. 1910년 뉴욕 컬럼비아대의 모건 교수는 초파리의 교배를 연구하면서 인간의 유전적 전달 과정을 입증해 내 193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모건 교수의 초파리 실험을 시작으로 초파리 연구는 분자유전학계를 큰 발전으로 이끌었다. 2000년에는 초파리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알려지면서 인간의 질병원인 유전자의 70% 이상이 초파리에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 인위적으로 miR-8(왼쪽) 양을 조절해 정상보다 작거나 큰 초파리 번데기(오른쪽)을 만들 수 있다.
초파리는 인간과 유전자뿐만 아니라 성장과정도 비슷하다. 초파리가 유충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이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사춘기를 지난 후 성인이 되면서 성장이 멈추는 것처럼 초파리도 성호르몬이 최고조에 달할 때 성장이 멈추고 성적 성숙과정인 번데기 시기에 돌입한다.

김빛내리, 현서강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은 초파리의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성호르몬인 ‘엑다이손’이 유충기에 ‘마이크로RNA(생물체의 발생, 성장, 노화, 사멸 등의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RNA)’의 생성을 억제하면서 최종 성체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파리로 성호르몬과 신장과의 관계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마이크로RNA의 한 종류인 ‘miR-8’의 양을 인위적으로 결핍시키거나 과다생산을 하면서 크기가 작거나 매우 큰 초파리를 만들어냈다.

현 교수는 “초파리의 miR-8은 사람에게도 보존돼 있는 공통유전자”라며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초파리뿐만 아니라 인간도 성호르몬에 의해 몸의 크기가 조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실험결과는 성호르몬에 의한 성적 성숙과정이 신체 성장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자유전학적으로 증명해냈을 뿐만 아니라 성장장애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성장장애 질환인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증상을 말한다. 성조숙증으로 인한 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는 일시적으로 신장의 성장속도를 증가시키다가 키 성장을 멈추게 한다. 현 교수는 “최근 6년간 성조숙증은 18배나 급증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연구결과를 통해 성조숙증 외에 왜소증, 거인증의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도서 「초파리의 기억」, 
논문 「Conserved microRNA miR-8 controls body size in response to steroid signaling in Drosophila」
사진 제공: 현서강<중앙대 생명공학과> 교수
일러스트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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