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곳에, 한 컷에, 한 눈에 담았다
[문화] 한 곳에, 한 컷에, 한 눈에 담았다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11.15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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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접근성과 소통으로 만화에 날개를 달아

매일 밤 자정이 지나는 순간 많은 대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자리 잡는다. 이들은 동일한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해 새로 업로드 된 게시물들을 확인한다. 집 밖에 있는 대학생들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새로운 게시물을 확인한다. 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웹툰이다. 웹툰이란 웹사이트의 ‘web’과 ‘cartoon’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매개로 한 만화를 일컫는다. 이해광<상명대 만화전공> 교수는 “웹툰은 미디어의 발전에 발 맞춰 변화한 만화의 새로운 형식”이라고 말했다.

웹툰을 즐기는 대학생
최근 케이블 방송 M사에서 주최하는 대중문화 시상식 ‘20's choice’에서 한 유명 웹툰 작가가 ‘20's click’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20's choice’는 20대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프로그램으로, ‘20's click’ 부문은 올 한 해 동안 20대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온라인 콘텐츠를 선발하는 것이다. 이번 수상은 20대들에게 웹툰이 인기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판만화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웹툰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크게 부상하고 있다. 김성은<홍익대대학원 시각디자인과>의 석사 논문「웹툰의 사회적 일상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부상은 웹툰의 특징인 △높은 접근성 △빠른 업데이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웹툰은 접근성이 뛰어나다.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해 다양한 독자층의 유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웹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공다솜<사회대 사회과학부 12> 양은 “웹툰의 장점은 소지하고 다닐 필요 없이 어디서나 읽기 쉬워 이동 중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는 점”이라며 “또 보통 포털 사이트의 한 메뉴에 모여 있어 다양한 작가들의 만화를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인 작가들에게 웹툰의 높은 접근성은 출판의 제약을 낮춘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만화를 연재하던 개인이 인기를 얻으면 ‘정식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초기에도 포털사이트의 이용자 유인책으로서 웹툰 작가군이 존재했지만 극소수였다”며 “이후 인기 작가와 신인 작가들의 등장으로 웹툰의 인기는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고 말했다.

웹툰의 빠른 업데이트도 인기 이유다. 출판 만화는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후 독자들의 손에 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 매체의 특성에 따라 업데이트 시간이 짧은 웹툰은 보다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최원혜<사회대 행정학과 11> 양은 “매주 특정 요일에 새 웹툰들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어 좋다”며 “출판 만화보다 최신 트렌드가 더 잘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와 독자들간의 소통이 용이하다는 것도 웹툰의 인기에 한몫 했다. 과거 출판 만화 시절에는 독자의 피드백이 작가에게 전해지기 어려웠다. 논문에서는 작가의 손을 떠난 만화가 출판사에서 편집 과정을 거치고 인쇄를 한 뒤에야 각 서점으로 보내지는 등 긴 유통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웹툰은 게재되는 즉시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어 독자와 작가간의 긴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독자들의 의견이 작품에 반영돼 과거의 일방향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을 실현한 것이다. 이 외에도 △무료 서비스라는 점 △세로로 나열돼 가독성이 좋다는 점 등이 웹툰의 인기 이유로 언급됐다.

한편 일부 웹툰의 부적절한 내용과 소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포털마다 대략 1백여 편의 웹툰이 매달 올라오기 때문에 출판 만화보다 다양한 만화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이 중에는 수준 이하의 작품들도 많이 섞여 있다”며 “웹툰이 만화 콘텐츠로서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툰을 그리는 대학생

▲ 웹툰 '실질객관동화'의 작가 변지민<서울대 디자인학부 09> 양이 우리학교 마스코트인 사자가 신문을 읽고 있는 그림을 독자들에게 보냈다.

전래동화를 현대 트렌드에 맞게 각색한 웹툰 ‘실질객관동화’는 세대를 아우르는 뛰어난 감각과 위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만화’에 게재된 인기 웹툰 ‘실질객관동화’의 작가 변지민<서울대 디자인학부 09> 양은 현재 대학 재학 중이다. 

변 작가는 대학생으로서의 삶과 웹툰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연재를 시작한 것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정식연재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좋아서 그렸던 웹툰인데, 우연치 않게 계약을 하게 됐고 그것이 어느새 제 일이 돼 있네요.”

학생 신분으로 어떻게 성공한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웹툰의 개방성과 접근성이 그 가능성을 크게 했을 것 같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웹툰을 향유하는 연령층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웹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연재 환경 특성상 웹툰 작가가 자주 노출돼 젊은 작가가 많아 보일 뿐이지 출판만화 시장에도 어린 작가 분들이 적은 것은 아니었어요. 유명 만화 「원피스」의 작가도 만 16세에 데뷔를 했다고 하잖아요. 제 주변의 출판만화 작가 분들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재 준비를 하셨다는 말씀들을 꽤 하시고요.”

대학생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동시에 유지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변 작가는 힘든 것은 사실이나 학교생활이 작품 활동에 새로운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 생활과 작품 활동을 동시에 병행하려다 보니 성실한 학생은 아닌 것 같아요. 학교에 가는 날은 보통 1주일에 2일 정도로, 9~12학점을 겨우 채워 듣고 있었으니까요. 올해는 더 바빠서 6학점만 챙겨 듣고 있네요. 하지만 이런 학교생활이 작품을 만들기엔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끊임없이 외부에서 자극을 받아야 무언가를 토해놓는 사람이거든요. 성적은 신경 쓰지 않고 온갖 이상한 교양은 다 듣고 다닌 것 같아요.”

변 작가가 생각하는 웹툰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변 작가는 “보기 쉽고, 다양하고, 저렴하고, 이 이상 어떤 이유가 있겠냐”고 말한다. 웹툰의 또 다른 장점인 독자와의 소통이 용이하다는 점에 대해서 변 작가는 본인이 생각하는 ‘소통’의 의미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소통이라는 것이 독자님들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차용하는 것이라면 저는 ‘그런 식의 소통’을 잘 실천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원로작가님이 그러셨다 하더라고요. ‘팬들에게서 힘을 얻어야지, 스토리를 얻지는 마라. 그렇게 만든 작품은 네가 원하는 것도, 팬들이 네게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제 마음을 찌르더라고요. 저에게 독자와의 소통은 순전히 ‘힘’을 얻기 위한 무언가인 것 같아요.”

참고: 논문 「웹툰의 사회적 일상성에 관한 연구」,「출판만화와 웹툰의 형식적 특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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