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그 떨리는 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기를 바라며
수능, 그 떨리는 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기를 바라며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11.13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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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다, 엿 먹어라”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이 선배들을 응원하러 와서 하는 말이다. 지난 8일,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가고시가 아닐까 싶은 ‘대학수험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졌다. 이날만큼은 사회의 공적 자본인 경찰인력들까지도 그들의 무사 등교를 위해 아침부터 힘을 쓴다. 애타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전국의 여러 종교 장소들을 붐비게 한다. 수능은 우리 학생사회에도 큰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한양대생이라면 누구나 이 관문을 통과했기에 지독했던 추위, 그리고 그보다 더 고역스러웠던 마음들에 대한 기억들을 모두다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능 하면 매해 빠질 수 없는 논란거리가 있다. 바로 ‘난이도 조절’ 문제다. 올해 교육과정평가원은 ‘만점자 1%’를 목표로 했다고 한다. 이는 여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만점자가 1%라니, 그럼 만점을 받고도 ‘S대’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거네?” 견고한 학벌사회는 ‘전국 1%의 만점자’라는 위대한 결과의 소유자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수능 난이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매년의 변수다.

언어영역의 낮은 난도(‘어려움’의 정도.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말함)에 대해 모두가 한번쯤은 들어봄직하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언어영역을 치르고 난 이후 자살하는 학생들, 또는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본인이 출제한 문제로 인해 여러 학생들이 실망하고 좌절해 처음부터 시험을 포기하고 인생을 비관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평가원의 그 배려를 누가 그르다 할 수 있을까. 다만 이번 수능 같은 경우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본다. 어이없는 실수로 수준을 가르는 것 역시 가혹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둘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냐는 문제에 있어서 나는 물론 현재 평가원들의 판단을(앞서 언급한 풍문이 정말 사실이라면) 존중한다.

그러나 외국어영역의 경우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듯하다. 외국어영역은 해마다 높은 난도를 유지하며 안정된 커트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인 효용의 관점에서 썩 괜찮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것이 점차 심화돼갈수록, 일부 특수 목적 고등학교, 일명 ‘외고’의 학생들의 유난히 특혜를 입는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물론 그들이 우수한 인재임은 사실이며 그만큼 우수한 점수로서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외고 진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듯, 학생 개인의 능력과 선택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집안 사정이며, 중학교 때부터 이러한 외고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며, 심지어 외고 소재 지역과의 접근성까지, 학생들의 선택에는 ‘능력’ 외 변수들이 많다. ‘선택하지 않은’, 또는 언급한 변수와 같은 이유들로 ‘선택받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 인문계고로의 진학을 선택한다. 외고 진학 이후에는 일반계고 학생들과 차별화된 교육 과정을 거치며 외국어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영역이 변별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과 대조적으로 외국어영역이 점차 심화된 변별력을 갖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란 점에서 이 문제를 크게 확장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를 간과하지 않고 앞으로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일반계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수준 안에서 난이도를 맞춰가야 함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수능은, 자라나는 수험생들에게 인생에 다시없을 ‘가장 공명정대한’ 시험 중 하나일 것이다. 공교육, 오프라인 학원과 같은 인프라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EBS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강의들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수능에 대한 ‘예민함’과 원인의 맥을 같이 한다. 학생 개인의, 또는 학부모의 ‘학업을 통한 신분상승에의 강력한 욕구’라는 슬픈 자화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자화상에 더 큰 아픔이 더해지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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