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가 지루하다고? 전혀!
국악 연주가 지루하다고? 전혀!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11.10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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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북의 경쾌함이 깨버린 우리 음악에 대한 편견
지난 3일 본지 기자는 ‘2012 한양국악제(이하 한양국악제)’를 관람했다. 한양국악제에서 우리학교 국악과 학생들은 「전폐희문」, 가야금과 거문고 합주를 위한 「속삭임」 등 그간의 노력이 담겨있는 연주를 마음껏 뽐냈다. 화려한 연주들 중 피날레를 장식했던 모듬북협주곡 「타」는 아직도 그 감동이 기억에 남는다.

국악 협주를 위한 다양한 국악기들이 서양의 오케스트라처럼 질서 있게 배치돼 있다. 그 앞으로 모듬북 두 개와 모듬북 연주자 두 명이 등장한다. 모듬북은 음높이가 다른 여러 대의 북을 두 개의 채로 연주하는 개량 악기다. 북의 크기들이 모두 다르고 그 옆에 심벌즈가 장착돼 있어 얼핏 보면 드럼을 연상케 한다. 다른 국악기 연주자들과 달리 활동성을 강조한 개량 한복을 입은 두 연주자의 모습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껏 연주됐던 음악들과 달리 큰 소리로 음악이 시작된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등의 국악기들과 신디(전자 피아노)가 함께 연주되면서 동ㆍ서양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뤄진다. 여기에 모듬북의 경쾌한 소리가 더해지자 공연 홀이 웅장하게 울린다. 국악 협주가 주가 될 때 모듬북의 두 연주자는 협주의 소리에 북소리를 더해 연주를 더 풍성하게 하고 모듬북 연주가 주가 될 때 협주는 잔잔한 반주로 모듬북을 돋보이게끔 한다. 협주와 함께 커져가는 북소리는 점점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아있는 국악의 지루함마저 깨뜨리기 시작한다.

난타 공연을 보는 듯한 격렬한 움직임이 무대 위를 채운다. 둘이 하나가 된 듯 한 치의 오차 없이 같은 움직임으로 같은 소리를 내며 두 배의 웅장함을 선사한다. 두 연주자는 서로의 눈을 보며 박자를 맞추고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북의 소리를 키워 나간다. 관객들도 점점 격렬해지는 모듬북 연주에 긴장하기 시작한다. 

고조되는 모듬북의 연주는 두 연주자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마치 한 연주자가 ‘소프라노’를 연주할 때 다른 연주자는 ‘알토’를 연주하듯 모듬북만으로도 탄탄한 하나의 음악이 연주된다. 점점 빨라지는 두 연주자의 ‘기술’은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불러온다. 열기가 가득했던 연주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끊이지 않는 박수소리에 퇴장했던 두 연주자는 다시 등장해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북을 그저 둔탁한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크기의 북이 모이면 미처 몰랐던 또 다른 북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국악 연주에 모듬북이 활발하게 이용된다면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점점 변화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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