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노력과 수정으로 완성된 한 편의 ‘드라마’
끊임없는 노력과 수정으로 완성된 한 편의 ‘드라마’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11.10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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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작가, 배우의 3자 대담을 통해 듣는 연극 탄생기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아트센터 K 세모극장 무대에 연출가 유덕권 씨, 작가 윤혜영 씨, 그리고 이경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동현 씨가 모였다. 이번 연극 「1월 40일」은 모든 배우와 관계자가 쏟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 중 위 세 명의 대담을 통해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었다.

기자: 연극 「1월 40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본 극의 부제이기도 한 함형수의 시 「해바라기의 비명」이 모티프가 됐다는 점이다. 시를 통해 극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작가 윤혜영(이하 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시들은 김소월이나 윤동주의 시와 같이 서정적이다. 이런 시들과는 다르게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지닌 시들을 찾다 함형수라는 시인을 알게 됐다. 그는 비참하고 고뇌에 쌓여있는 시를 많이 썼는데 그 중 유독 「해바라기의 비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의 ‘해바라기’와 ‘비명’이 각각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듯이 이 시는 죽음, 고뇌, 삶, 사람, 희망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시를 읽고 바로 이경수와 처음 등장하는 죄수의 이미지를 찾았고 극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본래 시가 지닌 다양성을 연출가께서 희곡을 실제 무대로 옮기면서 잘 살려주셨다.

기자: 희곡을 실제 무대에서 구현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윤:
처음 글을 쓸 때는 ‘비명’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하지만 연출가께서 ‘가족에 대한 이경수의 사랑’이라는 희망적인 소재를 더 부각해 각색하셨다. 본래 시가 지닌 양면적 성격이 균형을 갖게 된 것이다.

연출가 유덕권(이하 유): 실제로 작가님의 글을 처음 봤을 때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이를 부각하기 위해 작가님이 써 놓은 것에 이경수가 독백하는 장면들을 중점적으로 추가했다. 그래서 이경수를 맡은 배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극의 흐름을 이경수가 주도하는데 그 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에서 집중을 하지 않으면 관객은 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기자: 관객들이 인터넷에 올린 감상평을 보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꽤 보이더라.

유: 실제로 공연 초반에는 그런 의견이 많았다. 원작은 깔끔했지만 연출가로서 욕심을 부리다 보니 이것저것 붙이기 시작했다. 결국 극은 포화상태가 됐다. 그 뒤론 연출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해 현재 14차 수정까지 진행됐다. 또, 한 편의 같은 시를 읽어도 독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듯이 본 연극의 감상을 다양화하기 위해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뒀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관객이 극을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극을 연출하면서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무엇을 주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연출가로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었기에 더 많은 힌트를 주는 방향으로 극을 수정했다. 이후 작가께서 공연이 깔끔해졌지만 관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셨다.

배우 김동현(이하 김): 연극에 직접 서는 배우의 입장에서 봐도 극의 흐름이 매우 매끄러워졌다. 극의 내용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배우와 관객 모두 혼란스러운데 이런 부분들이 다 개선됐다. 내용 전개도 빨라졌고 이경수와 형사, 검사의 상호작용도 원활해졌다. 본 연극이 초연 작품이기 때문에 수정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현재 수정된 극에 매우 만족한다.

기자: 연극 「1월 40일」이 다른 추리극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유:
다른 추리극이 사람을 죽이고 그 살인자를 추리하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우리 연극은 따뜻함, 여운, 시가 지닌 아름다움이 있다.

윤: 관객 후기를 보다가 ‘이것은 한 편의 드라마다’라는 평을 발견했다. 추리극에서 비롯되는 어두움과 가족을 향한 사랑, 그리움에서 비롯되는 희망에서 관객이 ‘드라마적인 것’을 느끼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 연극의 제목이 독특하다. ‘40일’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

유:
관객분들이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못 찾으시는 관객분도 봤는데 연극을 다 본 후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이 제목은 외로움의 시간, 그리움의 시간을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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