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끄자
스마트폰을 끄자
  • 한대신문
  • 승인 2012.11.09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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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서울시내 K대학교 여학생이 교내 셔틀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걷고 있던 이 학생은 버스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버스 운전기사는 이 학생을 발견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셔틀버스의 속도는 시속 20km에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피해 여학생이 쳐다보고 있었던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었다. 2g폰은 화면을 보지 않고도 번호를 누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쳐다보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고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2000만 명을 넘어 국민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길거리, 지하철, 버스, 식당 등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용도가 다양해진 것이다. 단순 송수화 기능에서 시작해, 컴퓨터 기능과 게임, TV 기능까지 발전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창의적이고 다양하고 놀랍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만능 스마트폰’은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게 하고, 차를 운전하면서 TV를 시청하게 하고,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걷던 행인과 부딪힐 뻔했던 기억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이야기 도중에 상대방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느라 딴전을 피워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캠퍼스도 스마트폰에 갇혀 있다. 교정을 걸으면서, 벤치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심지어 수업 중에도 문자를 주고받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한다. 가히 스마트폰의 노예들이다.
‘소통의 도구’였던 전화가 스마트폰에 이르러 ‘단절의 도구’나 ‘사고뭉치’로 변질된 현실을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문명의 과속에 염증을 느낀다. 편리함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들’을 파헤쳐 그 원인을 제거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인류가 겹겹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성과를 분서갱유 하듯이 불살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명의 폐해를 최소화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집단농장에 갇혀있는 노예들을 해방시킬 묘수를 궁리해야 한다. 이 작업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우선 금연구역 설치하듯 교내에 스마트폰 금지구역을 설치하고, 금연의 날처럼 스마트폰 사용 금지의 날을 제정했으면 한다. 한양대의 이런 운동이 초석이 돼 ‘기계 세상’에서 ‘인간 세상’으로, ‘단절의 시대’에서 ‘소통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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