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을 ‘측정’하지 않고 ‘계산’한다고?
기온을 ‘측정’하지 않고 ‘계산’한다고?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11.04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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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어제와 기온이 같아도 오늘이 더 추운 이유

 

▲ 체감온도 산출표를 이용하면 우리도 쉽게 체감온도를 구할 수 있다.
벌써 11월이 다가왔다. 점점 해는 짧아지고 옷은 두꺼워진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같은 기온의 날씨에도 어떤 날은 그 전날보다 더 춥거나 덥게 느껴진다. ‘체감온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추울까
추위를 느낄 때는 기온 자체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온도뿐 아니라 햇빛, 바람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체감온도는 한마디로 인체가 느끼는 추위의 정도를 말한다. 체감온도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활동 가능 기준을 제시해주는 지표며 온도, 풍속, 습도, 일사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체감온도는 풍속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영진<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 연구사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오게 된다”며 “이 때 고기압이 이동하면서 부는 바람으로 인해 기온이 낮지 않아도 굉장히 춥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기온은 12월, 1월이 더 낮으며 이 시기에는 고기압의 중심이 한반도에 정착해 큰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러나 11월에는 고기압이 이동하면서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12월, 1월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물론 개인의 연령, 신체조건, 건강상태, 심리적 요소 등에 따라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하지만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들이 반영된 특정 공식들이 있다. 이를 통해 체감온도를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상청 또한 수치화된 체감온도를 사용하고 있다.

실험을 통해 시작된 체감온도의 계산
미국의 탐험가인 폴 사이플과 찰스 파셀은 남극을 6번 왕복하면서 체감온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1939년 남극 냉각효과 실험을 통해 체감온도를 계산했다. 실험은 플라스틱 실린더에 물을 채워 건물 위에 매달아 바람과 기온에 따라 실린더 속의 물이 어는 시간을 측정하고, 피부의 단위 면적당 열 손실량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바람과 온도에 의한 냉각효과를 ‘바람냉각인자(windchill factor, Fwc, 실제 대기의 온도와 상응하는 바람온도)’로 나타냈다. 바로 이 실험이 체감온도를 측정하는 최초의 계산법이었다.

사이플과 파셀의 계산법은 계산이 쉬워 미국, 유럽 등에서 사용돼 왔으며 우리 군에서도 사용되는 계산법이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실제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보다 이론에 근거한 로버트 스테드만의 계산법이 등장했다.

스테드만은 인체의 열 평형이론을 바탕으로 체감온도를 계산했다. 피복, 신진대사, 호흡에 의한 열 손실과 기준풍속을 기준으로 열 손실량을 측정해 사이플과 파셀의 계산법보다 체감온도의 영향 요소를 더 잘 반영한 현실적인 체감온도를 계산했다. 그러나 스테드만의 계산법은 계산이 복잡해 사이플과 파셀의 계산법처럼 잘 활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체감온도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추위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기도 하여 연구가 발전됐다. 캐나다의 경우 1996년까지 추위로 82명이 사망했다. 때문에 캐나다에 거주하는 약 82%의 사람들은 체감온도 예보를 듣고 야외활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체감온도는 추위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2001년 이전까지 미국과 캐나다도 사이플과 파셀의 계산법을 이용해 체감온도를 계산했다. 그러나 체감온도가 정확하지 않아 미국의 NWS(National Weather Service, 미국기상청)와 캐나다의 MSC(Meteorological Services of Canada, 캐나다기상청)가 새로운 체감온도 계산법을 개발하기 위해 JAG/TI(Joint Action Group for Temperature Indices)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후 이 연구팀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회의에서 JAG/TI 계산법을 발표했으며 2001년 10월 1일부터 미국과 캐나다가 공식적으로 이 계산법을 사용하게 됐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JAG/TI 계산법
이처럼 체감온도는 환경과 사람에 따라 영향을 받는 요인이 모두 달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계산법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은 JAG/TI 계산법을 이용해 체감온도를 계산하고 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오늘(5일)의 체감온도는 낮기온 12℃, 풍속 3.6km/h를 대입해 구할 수 있다. 실제 기온과 큰 차이가 없는 오늘의 체감온도는 12.45℃다.  

JAG/TI 계산법은 캐나다인 12명의 얼굴로 풍동(빠르고 센 바람을 일으키는 장치) 실험을 거쳐 이들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됐다. 실험 대상자들은 태양복사가 없는 풍동 내부에서 얼굴의 온도 및 열 손실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이마, 코, 턱, 뺨에 부착한다. 이때 풍동 내부의 온도와 풍속을 변화시켜 피부 온도와 열 손실량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온과 풍속에 따른 체감온도 계산식, 즉 JAG/TI 계산법이 완성됐다.

이처럼 JAG/TI 계산법은 계산식에 직접 기온과 풍속을 대입해 체감온도를 계산할 수도 있다는 가치도 있지만 추위의 정도를 노출된 피부가 동상에 걸리는 시간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매우 크다. 이를 표로 나타낸 것이 체감온도 산출표다. 체감온도 산출표([표 1])는 보다 간단하게 추위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참고: 논문 「체감온도이론의 비교 연구」
표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일러스트 출처: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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