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천국’과 ‘당신들의 천국’ 그 사이
‘우리들의 천국’과 ‘당신들의 천국’ 그 사이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11.04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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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노방전도에 대한 불만, 날이 갈수록 증가해 종교인 사이에도 엇갈리는 찬반의견, 그 해법은…

우리학교에 입학 예정인 A는 신입생테스트를 보기 위해 캠퍼스를 찾았다. 그에게 한 사람이 학교 선배라며 설문조사를 도와 달라고 요청해왔다. A는 설문조사지에 인적 사항을 기입하고 응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알고 보니 기독교 동아리의 설문조사였다. 얼떨결에 전화번호가 적힌 설문조사지를 건네준 A는 그 이후로 계속 전화나 문자로 성경 공부를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는다.  학생 B는 학교 앞 역에서 내려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가던 중이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오더니 B에게 종교 관련 얘기를 시작했다. B는 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했지만 종교인은 끈질기게 B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까지 따라온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최근 캠퍼스 내 노방전도(길거리에서 무작위로 하는 전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의도를 숨기고 신입생들에게 연락처를 물으며 접근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계속해서 권유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등의 전도 방식 때문이다. 학생 A와 비슷한 경험을 한 홍나연<사회대 사회과학부 12> 양은 “선배라고 해서 거부감을 강하게 표할 수도 없어 답답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학생 C는 “신입생과 관련된 오리엔테이션으로 가장해 참석을 권유하는 전도 방식도 있었다”며 “참석하고 나서야 종교 동아리 모임인 것을 알게 돼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캠퍼스 내에서 일방적이거나 공격적인 노방전도로 불편을 겪은 학생들은 특정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학생 B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규림<사범대 응용미술학과 11> 양은 “학내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노방전도를 많이 겪으면서 특정 종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캠퍼스 내 노방전도와 관련해 학생들이 갖는 거부감에 대해 이철<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전도의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 방식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 된다”며 “이런 거부감은 결국 전도 과정에서 피전도자의 생각과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 말했다.

물론 공격적인 노방전도는 주로 ‘이단 종교’가 행한다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종교인들 입장에서 이것은 ‘이단 종교이냐 아니냐’가 아닌 ‘노방전도’라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 교수는 “이단종교와 같은 방식으로 기독교인의 노방전도가 계속되는 한 비종교인에게 기독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인 사이에서도 갈리는 의견
그렇다면 ‘이단 종교’를 제외했을 때, 노방전도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어떨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노방전도의 효과에 의구심을 가진다. 기독교를 믿지만 노방전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박미소<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1> 양은 “노방전도와 같은 단기적 전도보다는,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거나 평소에 선행을 베풀던 사람이 알고 보니 기독교 신자였을 때 전도의 파급력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동아리 JOY선교회 회장 김윤석<체대 스포츠산업학과 10> 군은 “우리 동아리는 노방전도보다는 직접 찾아온 비신자들을 전도하고 있다”며 “노방전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나 효과에 대한 의문이 그 이유다”라고 밝혔다.

노방전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의 생각은 다르다. 노방전도의 효과가 미비해도, 단 한 명이라도 전도로부터 신앙심을 얻을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노방전도를 주 활동으로 하는 기독교 동아리 CCC 회장 박영훈<공대 생체공학전공 08> 군은 “노방전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것을 안다”며 “하지만 직접 종교단체를 찾지는 않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전제 하에 전도하고 있으므로 노방전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군은 “하지만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에게는 강요하지 않도록 동아리 내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시키고 있다”며 “요즘에는 관계전도(관계가 이미 맺어진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것)를 하는 등 전도의 방향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도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이처럼 불편함을 겪은 학생과 교리에 따라 전도를 할 수밖에 없는 종교인의 입장차가 확연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캠퍼스 내 전도는 당연히 해야 할 임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방전도가 가장 적절한 전도의 방법’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교수는 “전도의 일반적인 구성요건은 오랜 시간에 걸친 지속적·쌍방적 만남”이라며 “하지만 노방전도는 단기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면에서 전도보다는 소개, 홍보에 가깝고 그 효과가 작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올바른 전도에 대해 “말이 앞서기보다는 전도자 자신들이 배려, 섬김 등의 종교 이념들을 직접 실천하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전도의 방향으로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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