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엔 끄덕끄덕, 타당성엔 절레절레
필요성엔 끄덕끄덕, 타당성엔 절레절레
  • 박정우 기자
  • 승인 2012.11.03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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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 중특위 인준에 대한 찬반 엇갈려

LGBT 인권준비위원회(이하 LGBT)는 지난달 4일 2012학년도 2학기 서울캠퍼스 전체학생대표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학생회비를 지원받는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로 인준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대표들은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LGBT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특위로 인준받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전학대회에서 과반의 득표수를 얻지 못했다. LGBT의 중특위 인준 문제의 쟁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LGBT 이자민<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0> 위원장과 LGBT의 중특위 인준에 반대하는 동아리연합회 전주연<경영대 경영학과 09> 회장을 만나 본 안건에 관해 질문했다.

Q. 전학대회에서 중특위 인준 여부가 LGBT의 지속적·독립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이자민 LGBT 위원장(이하 이): 중특위가 돼야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내에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등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해선 동아리나 학복위 산하 단체로는 예산, 독립성의 문제 등 실질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게다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후에 LGBT 활동에 불만을 갖는 총학생회가 당선될 경우 예산 배정을 제한하거나 각종 사업 진행을 불허하는 등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주연 동아리연합회 회장(이하 전): LGBT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독립성은 또 다른 문제다. 동아리로서도 충분히 LGBT가 원하는 정치적 활동이 가능하다. 또 LGBT 측의 생각처럼 독립적인 중특위가 되더라도 예산 배정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 산하 기관이든 독립적인 중특위든 결국 학생회비를 배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Q. LGBT가 중특위가 돼야 보다 강한 발언권을 갖고 제도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 제도를 바꾸는 데에 힘이 필요하지만 중특위가 된다고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복위 산하 기관으로서, 동아리연합회의 일원으로서도 얼마든지 행동할 수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학우들이 LGBT를 알거나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회비를 공식적으로 지급하도록 결정하는 것은 이른 판단인 듯 하다.

이: 학복위 산하 기관으로서 LGBT가 구상한 사업들을 진행하면 학복위의 정체성 문제나 예산 문제가 발생해 정기적,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또 동아리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한 성 소수자들이 과감하게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때문에 성 소수자들이 알게 모르게 상처 받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학내 공인 단체가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이것의 변화 없이 규모를 키우고 활동부터 하라는 것은 성 소수자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LGBT의 중특위 인준에 반대하는 측은 LGBT의 인지도가  낮아 중특위로 인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한다. 반면, LGBT 측은 발언권을 갖는 기관이 돼야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소수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와 규모를 갖춰야 학생 대표들이 LGBT가 중특위로 인준받을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학대회에서 타당한 근거 없이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호모 포비아적’ 발상으로 반박을 한 대표들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학생 대표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를 해준 것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중특위로 인준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내실을 다져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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