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무거운 책임의 이름
표절, 무거운 책임의 이름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11.03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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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이번 글의 전개를 구상하면서도 민망하고, 또 한편으로는 힘들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경희대 학보인 대학주보에서 한 기자의 표절 문제가 일어났다. 모 주요 일간지의 대학생 칼럼과 상당부분 유사한 내용의 칼럼을 여러 차례 학보에 게재했고 그 과정에서 표절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기자는 대학주보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사퇴했고 그 직위를 내놓았다. 대학주보는 우선 시험으로 인한 휴재기간 중 학보를 발행할 수 없는 사정임을 설명하며 웹상에서 학보사 전체의 이름으로 사과를 했으며 차호 신문에서 다시 한 번 사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선 학보사의 상황에서 이 일을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학보를 대신해 학생들에게 소식을 알릴 매체도, 학보를 대신해 학생들을 기자로서 훈련시켜줄 기관도 많이 늘어난 시대다. 자유롭게, 또는 어떤 ‘스펙’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많은 학생들에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일들을 꺼려하는 대학가 풍조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리라 생각한다. 학보사의 경우 역시 그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그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학보사에 들어와 끈기 있게 오래 남아 기사를 쓸 만한 학생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인력난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학주보의 경우도 이런 인력 문제에 관해 사정이 참 어려운 편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 적은 수의 기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더 좋은 신문을 위해 밤새워 함께 하면서 많은 고민을 나누고 있었으리라. 그렇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책망하는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이 생기는 것이다.

학보사가 아닌 개인의 생각에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표절에 관한 많은 사례를 보곤 한다. 특히 우리 대학사회와는 더 많은 연관이 있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학생, 교수 할 것 없이 학내 표절의 주체는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다. 이런 점에서 문제의 원인은 우선적으로는 개인에게 있다. 창작과 표절의 차이가 본인의 의지와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사실이다. 학보사의 사정이 열악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대 이 상황을 옹호할 수 없는 이유다.

잘못은 잘못이다. 해당 기자의 인정으로 인해 더더욱 분명해졌다. 대학주보는 사과와 함께 표절 관련 문제를 다룰 제도를 마련하는 등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학보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여러 번 강조했다. 이제 대학주보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들은 앞으로 많은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더욱 더 굳건한, 나아가는 학보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에 덧붙여 표절된 글의 원작자가 밝힌 생각과 마찬가지로, 해당 기자 역시 깊은 반성을 통해 뉘우치고 나아가길 바란다.

끝으로 한대신문의 일원으로서, 또 편집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 한 번 통감한다. 이 나이대의 어린 대학생들이 감당하기에 신문사 일은 분명히 녹록치 않은 일이다. 다른 기자들이 일의 무거움에 매몰돼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본 기자 또한 그리되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나 뭐 어쩌겠나.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이름에 대한 책임이라면, 달게 감내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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