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매표소] 당신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드립니다
[대학로 매표소] 당신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드립니다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10.12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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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웃음에 감동까지 더한 연극「삼봉이발소」
알록달록한 꽃과 나무가 배경을 가득 채우고, 무대 한가운데에 분홍색 의자가 놓여있다. 곧이어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단발머리 소녀가 등장한다. 교복 치마 속에 초록색 체육복 바지를 입은 모습이 어쩐지 친숙하다. 두꺼운 뿔테 안경 뒤로는 장난기 어린 표정이 숨어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 소녀의 이름은 박장미다.

그 옆으로 같은 반 친구 수진이가 다가선다. 긴 생머리와 뽀얀 피부, 날씬한 몸매. 친구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수진이는 마치 청춘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같다. 새침떼기 수진이와 장난꾸러기 장미가 관객들의 어린시절 기억을 자극한다.

어딘가 조금 다른 두 사람이 달리기 시합을 시작한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달리기에 열중한 두 사람은 영락없는 19살 소녀다. 그런데 그만 수진이의 실수로 두 사람이 바닥에 엎어지고 만다.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애꿎은 장미에게 타박을 준다. 장미는 홀로 남아 어깨를 움츠리며 “못생긴 애는 이기면 독한 년, 지면 못난 년이지 않냐”고 낮게 웅얼거린다.

다음 날 도착한 학교가 ‘외모 바이러스’에 대한 소문으로 시끌벅적하다. 외모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발작을 일으키는 병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미는 명랑한 목소리로 대수롭지 않은 척하지만 ‘나도 외모 바이러스에 걸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춘기를 거친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그 날 저녁 학교를 마치고 터벅터벅 길을 가던 장미의 발끝에 고양이 한 마리가 걸린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멘 검은 고양이의 등장에 관객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쏠린다. 고양이를 쫓아가 도착한 그 곳에 삼봉이발소가 나타난다. 높게 달린 간판 옆으로 이발소를 상징하는 나선형 무늬봉 ‘세 개’가 달려 있어 이발소의 이름을 짐작하게 한다. 곧이어 훤칠한 청년 하나가 불쑥 등장한다. 이름이 삼봉이란다. 하얀 가운을 멋지게 둘러 입은 그는 누가 봐도 미남이라 할 만하다. 관객석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장미의 눈빛에 어느새 동경심과 부러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 남자, 이 고양이, 뭔가 범상치 않다. 삼봉이의 오른 손에 쥐여 있는 미용 가위는 일반 가위 크기의 10배는 되는 것 같다. 한껏 재간을 부리던 귀여운 고양이는 어느새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삼봉이발소는 아무래도 비밀과 신비의 공간인 것 같다. 더욱이 삼봉이의 가위질을 받고 삼봉이발소의 거울을 본 고객들은 모두 한층 아름다워져 돌아간다. 삼봉이는 “그저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줬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장미는 삼봉이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친한 친구들이 ‘외모 바이러스’에 걸려 괴로워하는 장면, 삼봉이의 이발로 친구들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 등을 모두 눈앞에서 지켜본다. 외모로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반이 결정되어 있다는 장미의 생각에 삼봉이는 “외모라는 기준으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가꾸고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인 사춘기 시절, 청춘들은 웃고 울며 한층 더 성숙해간다. 연극이 끝난 후 다함께 어울려 힘차게 뒤돌아서는 주인공들의 뒷모습에 행복이 가득하다.

사진 출처:  JH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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