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늦게 졸업할래요”
“대학교는 늦게 졸업할래요”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10.07
  • 호수 13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조기 졸업 학생, 박지영 양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박지영<공대 융합전자공학부 10> 양은 나긋나긋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갔다. 조기 졸업 학생의 전형인 ‘똑똑한 학생’ 그 자체였다. 기자가 받은 인상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웃으며 “평소에는 이런 말투가 아니에요, 인터뷰용이죠”라고 웃음을 짓는다.

중학교 때부터 과학과 수학에 애정을 느낀 박 양은 자연스레 과학고에 진학했다. “뻔한 말일 수 있는데 좋아서 하는 공부여서 조기 졸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조기 졸업 학생들이 특히 똑똑해서 교과과정을 빨리 마쳤다 생각하지 않아요. 조기 졸업 제도에 맞춰 조금 더 합리적이고 압축적으로 공부했을 뿐이죠.” 그렇게 박 양은 남들보다 1년 일찍 대학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제 성격이 활달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외적 조건이 걸림돌이었죠. 다 같이 술집을 갔다가 나이가 어린 저 때문에 모두 쫓겨나기도 했어요.” 많은 학생들은 조기 졸업 학생이 이처럼 술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박 양은 이런 단점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

“술자리를 못 가니 남는 시간이 꽤 있었어요. 게다가 1학년 과목은 고등학교 때 선행을 해서 공부할 양이 많지도 않았고요. 이렇게 남는 시간을 그냥 보내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빨리 졸업했나봐요.(웃음)” 그런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대외활동. 관심분야인 마케팅 관련 대외활동을 2~3개씩 하며 주체적으로 대학 생활을 해나갔다. 1년 동안 3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3학년인 지금은 우리학교 홍보대사 ‘사랑한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남들보다 먼저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 이점일 수도 있지만,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온전히 자기 몫이죠.  조기 졸업 자체를 목표로 세우고 성급히 입학한 학생은 전공이 안 맞아서 힘들어하기도 해요.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절대 못 당하는 것 같아요.”

박 양은 본인을 조기 졸업 학생이라 소개했을 때 신기하게 보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도 점차 자신이 선입견처럼 ‘비범하고 천재적인’, ‘대학 생활에 서투른’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도 여느 공대생처럼 어려운 전공 공부에 쩔쩔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심인 학생이었다. 대학교도 일찍 졸업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는 다르죠. 대학생 때 해보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요”라고 손사래 치는 박 양의 모습에서 확실히 그녀에게 ‘조기 졸업’은 목표가 아닌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