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장학금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장학금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10.06
  • 호수 13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 잘 살게 해주기’, 이뤄지면 참 좋을 텐데 방법은 영 찾기가 힘들다. 그러면서도 ‘영웅’이 되고 싶다면 건드려볼 필요가 있는 뜨거운 감자다. 다가오는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 정책변수로 거론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어느 후보도 이에 관한 확실한 안건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방법이 없는 모양인지, 전체 투표 건수 중 그다지 큰 몫을 차지하지 않는 대학생 표심에 대한 정치인들의 전략적 무관심인지 생각해본다.

분명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인 듯 하면서도 지지부진하기만 한 ‘대학생 잘 살게 해주기’ 전국구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지켜보는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4일자 한국일보의 보도는 이런 목표가 당장 목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기사에 따르면 국가장학금이 기초생활수급자 계층 학생들의 절반가량에 혜택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대학생 54%가 ‘B학점 미만은 수급 불가’의 기준에 걸려 애초부터 수혜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예상 결과다.

‘국가장학금의 B학점 미만 학점 기준’, 이 문제에서 본 기자는 2가지 문제적 측면을 봤다. 첫째는 B학점 이상의 학점 기준, 둘째는 국가장학금 수급과 학점의 상관관계다.

우선 국가장학금의 지급에 ‘B학점 이상’이란 장학금 수급 기준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각 대학들은 학교마다 다른 학사제도를 갖고 있다. A, B, C 학점의 각 비중은 물론이거니와 평가 방식도 다르다. 같은 학교 내에서 학과마다 특성이 다를 때도 있다. 우리학교는 특별히 공대에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어 다른 단대와 분명히 다른 특징이 있는데, 이는 불편함을 겪는 한 예가 될 수 있다.

학년 역시 또 다른 변수다. 1학년에서부터 4학년까지, 전공과목의 양이라든가 취업 준비 정도 등 사실상 각 학년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B학점 이상’이란 기준은 개별 학생의 실력이나 노력 그 자체를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만에 하나 학점 책정 기준이 모든 학교가 엇비슷하다고 가정해두더라도 문제는 생긴다. 각 학생들의 가정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최근의 국가장학금은 사실상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제도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대폭 확장됐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장학금을 지급받을 자격이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당할까? 본래의 목적과 상관이 있는가? 본질적인 문제다.

섣부른 추정일 수도 있지만, 이런 정책은 학점을 개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자활의지를 측정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한 지도 모르겠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과연 학점은 경제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유의미한 도구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거나 분명한 고리가 아님은 확실하다.

장학금에 대한 예산의 부족이 이런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니길 바란다. 애초에 이들을 위한 충분한 예산이 책정됐어야 한다. 도저히 자신이 없는, 불안정한 예산이라면 차라리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 ‘쿨’했을 것만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