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관심이 가는 그곳, 모니터 속에서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당신의 관심이 가는 그곳, 모니터 속에서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10.06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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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9.9%였다. 이처럼 20대의 인터넷 이용은 매우 활발하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인터넷 서비스 및 관련 기기 이용에 따른 영향’ 부문에서 때때로, 혹은 그 이상의 빈도로 일상생활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전체 인터넷 사용자 중 15.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커뮤니티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커뮤니티’, 즉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트워크 상에서의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그런 네트워크 자체’를 의미한다.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를 응원하는 이들의 ‘분데스매니아’, 메이저리그 등 야구 경기에 관한 ‘엠엘비파크’,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디시인사이드’ 등이 그 예다. 이들 커뮤니티들은 종종 본래의 설립 목적 이상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도서 「우리는 디씨」의 저자 이길호 씨는 저서에서 “디시인사이드는 1999년 설립 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 정보 제공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곧 그런 고정된 정체성이 무의미해졌으며 그 변화의 흐름은 운영자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학생들 역시 서울캠퍼스의 ‘위한’이나 ERICA캠퍼스의 ‘휴아넷’를 비롯한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커뮤니티들의 게시판을 통해 ‘한양대생’으로서의 정보 교류나 정체성에 대한 공유뿐만 아니라 사적인 이야기들까지도 나누고 있다. 학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사용한다는 심혜림<예술학부 연극영화학과 10> 양은 “기본적으로 내 정확한 신분을 밝히는 곳이라서 다른 곳에 비해 익명성이 덜하긴 하지만 별도의 익명 게시판을 통해 서로 가벼운 장난을 치는 등 현실 속에서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를 지지하는 이들을 찾아 온라인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과 유사하게 서로 사회적 지지를 교환하도록 하는 특성이 있다. 커뮤니티 속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는 사회적 지지를 교환하도록 해 심리적 적응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에서의 모습과 유사하다.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지지가 커뮤니티 몰입과 동일시 및 개인의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에서 김재휘<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설명하며 “인터넷 이용자들은 실제 세계에서는 거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새로운 사람들에게 정보, 지원, 교제, 소속감을 제공해주기도 한다는 독특한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에서의 지원적 행위가 개인의 자아 정체성의 절대적인 부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해커’를 예로 들어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경우를 설명했다. 해커는 동일한 대화명을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당국의 추적에 적발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자신의 가명을 자주 바꾸는 것을 꺼린다. 해당 대화명과 해커로서의 명성과 지위가 함께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접근성이나 정보 선택 면에서 오프라인보다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인터넷의 대인관계에서 개인들은 상대방의 의견과 태도를 취사선택해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이런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인터넷 상의 커뮤니티들을 찾아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이 그 이유다.

‘현실의 나답지 않은’ 말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서의 자아와 현실 속의 자아는 분리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는 “인터넷에서 내 상식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을 비난해본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란 생각이 드니까 순간적으로 과격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현실 속 자아와 심각하게 분리돼 결국 ‘현실의 나답지 않은’ 말을 하게 된다면 이는 곧 사이버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 및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이하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맡는다.

우선 방통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과 그에 포함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에 따라 도박, 명예훼손, 음란, 초상권 침해를 비롯한 부적절한 사진 및 동영상 등의 게시에 대해 삭제,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의 시정을 가한다. 방통심위 측은 “심의 규정을 기준으로 전문적인 심의위원들이 심사를 하는데 대부분 ‘삭제’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URL(Uniform Resource Locater, 인터넷 상에서 네트워크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 표준화된 주소)을 토대로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삭제 및 차단의 조치가 가해지더라도 이용자가 새로운 주소 등을 통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것까지는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위의 시정 조치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사이버수사대는 「정통망법」, 「형법」, 「전기통신기본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사이버 명예훼손, 악성프로그램 유포,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에 대해 방통심위보다 강도 높은 처벌을 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 측은 “가령 일상생활에서 보다 심한 수준의 욕설 등 모욕감을 주는 행위는 「형법」에 따라, ‘C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다’는 식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은 「정통망법」에 따라 처벌하는 식”이라며 “한양대의 해당 지역구인 성동경찰서는 물론 서울지방경찰청, 나아가 전국구로는 경찰청 산하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이를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통신심의 위반 심의 건수는 3만 2천 738건에 달했다. 또 사이버범죄수사대의 통계에서 작년 사이버범죄의 발생 현황은 총 11만 6천 961건이었고 이중 9만 1천 496건이 최종적으로 검거됐다. 이중 20대는 연령별 범죄 현황에서 40.2%를 차지해 전 연령대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사이버수사대 측에서는 “20대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사이버범죄의 발생 빈도 자체가 사용량과 비례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며 “연령대가 아닌 범죄의 종류에 따른 유형별로 대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20대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한 방범 및 선도 프로그램은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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