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서 연극으로, 종이 위 그림에 숨결을 채워 넣다
웹툰에서 연극으로, 종이 위 그림에 숨결을 채워 넣다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10.06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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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삼봉이발소」이지현 PD,“착한 콘텐츠에 연극의 재미를 입혔다”
요즘 인기가 입증된 여러 예술 작품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인기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인기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연극「삼봉이발소」는 하일권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연극「삼봉이발소」의 이지현 PD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유로 “웹툰이 젊은 층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작업하는 연출자의 권유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웹툰 작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일권 작가의 웹툰을 보는 순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일권 작가 특유의 감성코드와 유머감각에 끌렸던 것이다.

하지만 만화에서 연극으로 장르를 변환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만화의 기본 표현 방식이 과장과 생략이기 때문이다. 원작 본연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점들을 빠트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만화 속 표현을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겨오기에는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장르 변환 과정에서 원작에 어느 정도의 각색이 가해졌는지 물었다.

이 PD는 “원작의 콘텐츠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스토리는 크게 각색하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구성과 캐릭터 표현, 대사 부분을 조금 변형했다”고 말했다. 원작의 대사도 훌륭하지만 웹툰 속 표현은 문어체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에서만 변형을 했다는 것이다. 또 만화 속 대사를 그대로 무대 위에서 쓰자니 아주 민망하거나 창피한 상황을 나타내는 소위 ‘오그라드는’ 표현이 절로 나와 수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극이 가진 장르적 특성 때문에 웹툰의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냐고 물었다. 웹툰은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로운 시간에 사건이 진행되는 반면 연극은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동안 긴 원작의 내용을 담아야하기 때문에 주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에피소드만을 골라야 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넣지 못한 아쉬움도 남아요. 하지만 오히려 공간적인 제약을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무대 한편에서는 주인공의 현실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주인공의 상상을 보여주는 것이죠. 웹툰에서는 그저 연속적으로 나열된 장면이지만 연극에서는 연결된 두 장면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잖아요.”

본 기자는 무대에서 배경 역할을 한 판자가 병풍처럼 접혀 다양한 공간을 나타냈던 것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이 PD는 “배우들이 직접 배경 세트를 밀어서 전환이 이뤄지는데 그 장면이 마치 만화책을 넘기는 것 같지 않냐”며 공감했다. 이 PD는 “관객들이 배우들과 대화하며 연극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런 제약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PD가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웹툰의 색감을 살리는 것이었다. “웹툰의 색감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밝은 원색을 사용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배치했어요. 어두운 분위기보다 밝고 과장된 분위기에서 주제의식이 더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연극「삼봉이발소」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PD가 생각하는 연극「삼봉이발소」의 인기 이유는 ‘착한 콘텐츠’였다. 이 PD는 “요즘 흔히 널린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들 속에서 「삼봉이발소」의 착한 콘텐츠가 희소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외모 콤플렉스라는 주제를 담아 더욱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PD에게 아직 연극을 관람하지 못한 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냐고 물었다. “웹툰을 보고 관람했을 때와 보지 않고 관람했을 때 각각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아직 웹툰을 보지 못한 분이라면 공연 시놉시스만 읽어보신 상태에서, 연극을 보고 웹툰을 이미 본 분이라면 원작과 무엇이 다르고 비슷한지 직접 비교하며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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