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미래를 위한 도시를 만들어가다
도시계획, 미래를 위한 도시를 만들어가다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10.06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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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이어진 암스테르담 스키폴, 생태와 공존하는 프라이부르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계획에 의해 생성·개발된다. 도시계획은 ‘도시민을 위한 공공의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가로·공원·주거 등 물리적 요소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소를 포함하는 종합적 계획’이다. 최근 들어 도시계획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도시가 있다. 세계화에 맞춰 항공으로 무역 형태를 전환한 도시 암스테르담과 환경과 느림을 선택한 도시 프라이부르크다.

암스테르담 ‘공항도시’가 되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예부터 ‘유럽의 관문’이라는 명성을 지닌 항구 도시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은 ‘최소 50년 이상 비행기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선견지명으로 ‘공항도시’개발에 눈길을 돌렸다. 공항도시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비즈니스 석학인 존 카사르다가 최초로 주창한 개념이다. 존 카사르다는 항구, 철도, 고속도로, 교외를 중심으로 한 도시 개발을 넘어 공항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측했다.

암스테르담이 공항도시로 발달하게 된 것은 네덜란드의 국력이나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니다. 1990년대 EU항공운송시장의 자유화에 따라 스키폴공항이 △노선 확장 및 제휴 △운항 횟수 확대를 한 것이 공항도시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스키폴공항을 이용·환승하기 위해 머무는 여행객의 수가 많아져 공항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또 암스테르담의 북서쪽에는 무역량이 유럽 내 5위인 항구, 남서쪽에는 유럽 4대 공항인 스키폴공항, 중앙에는 도심이 있다. 따라서 암스테르담은 공항-도시-항구가 안성맞춤의 삼각 균형을 이룬다.

원스톱 비즈니스가 가능한 도시
1998년 세계 최초의 공항도시로 건설된 스키폴지역은 단순히 비행기 정류장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쇼핑·문화·레저의 국제 복합도시로 개발됐다. 공항에선 금융·의료는 물론 미술관·쇼핑몰·호텔 등 최상의 서비스 공간을 제공한다.

공항 인근의 할러레머미어 시에는 101만m² 규모의 ‘스키폴 업무도시’가 조성돼있고 500여 개의 기업이 들어서 있다. 할러레머미어 시는 호수를 매립해 만들어졌는데 이에 대해 이주형<도시대학원 도시개발경영·교통학과> 교수는 “네덜란드의 국토는 바다와 강의 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호수를 매립해 개발한다고 해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환경적 제약을 극복해 토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스키폴지역의 경제는 항공으로 얻는 수입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컨벤션·호텔 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처럼 공항을 중심으로 사무·산업·상업·의료복지·주거단지로 구분된 스키폴지역은 교통이 큰 역할을 한다. 순환고속도로는 시내 교통망의 근간이 돼 과거 교통정체가 극심하던 문제를 해결했다. 국제고속도로는 방사형으로 독일·벨기에·프랑스 등의 인접 국가로 연결된다. 유럽 거점을 잇는 국제열차도 운행된다

꾸준한 도약을 꿈꾸다
최근엔 업무 공간 확장을 위해 도심 남쪽에 대규모 업무지역 ‘자위다스’가 건설되는 중이다. 물류산업의 성장을 위해 남북을 오가는 초고속 철도와 대형 고속도로도 건설하고 있다. 스키폴 공항도시를 위해 구성된 민간단체 SADC의 빌렘 트롬멜 이사는 “항공물류의 특성을 살려 생명공학·제약·첨단·IT산업 단지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이자 최고의 공항도시로 거듭난 스키폴은 다른 도시들의 롤모델이 됐다. 이 교수는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인천과 싱가폴의 창이가 공항도시로의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창이가 불리한 입지 조건에도 정부 주도로 물류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인천은 △투자 유치가 미흡한 점 △지역 간 연계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프라이부르크 ‘환경도시’가 되다
독일은 18세기 산업 혁명 후 계속해서 성장했지만 세계대전과 산업화로 프라이부르크를 둘러싼 흑림(黑林)의 훼손이 심해졌다. 이때부터 시민들은 도시의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979년엔 독일 정부가 프라이부르크 외곽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려하자 시민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후 이 도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생태를 위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최초로 환경청을 설치하고 도시계획과 환경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환경도시가 됐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한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자동차 통행이 정점을 이뤘던 1970년대에 도심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차도를 대중교통과 보행자를 위한 도로로 바꿨다. 노면전차인 ‘트램’의 운행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트램과 자전거 도로를 확장·증설했고 교통신호 역시 이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했다. 나아가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의 속력은 주택가는 물론 시내에서도 최대 50km로 제한했다.

주택 단지에는 태양열 기술이 주로 이용됐다. 또 거주 단지의 확대 개발을 제한해 토지를 최대한 보존했다. 이를 위해 토지가격은 올리고 주택 건설은 시와 전문가들이 지원했다. 프라이부르크 동쪽의 슐리어베르크 마을은 1992년까지 연합군이 주둔하던 군사기지를 복원한 생태 주거단지다. 계획부터 저탄소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했고 보행자 위주의 환경을 위해 △주택간 도로폭 확보 △No-Car 협약 등을 시행했다. 이 마을은 61개의 에너지 절약 방법을 적용한 주택 전시장으로도 불린다. 서쪽에 위치한 리젤펠트 마을은 한 블록을 여러 건축가에게 할당해 다양한 친환경 건축이 이뤄지게끔 했다. 시민 개인에게도 가로수를 관리하도록 해 자연의 권리가 시민에게 있음을 인식시켰다. 또 도로포장을 최소화해 물의 자연적 순환을 유지시켰고 구불구불한 흙길, 넝쿨 덮인 붉은 지붕 등 프라이부르크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오래된 미래를 꿈꾸다
도심에 흐르는 인공수로인 프라이부르크의 명물 ‘베히레’는 외곽의 흑림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초로 12세기에 건설된 베히레는 과거엔 오물 처리, 화재 예방이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도심의 온도를 조절하고 시민에게 생활 속 휴식처를 제공한다. 폭은 30~50cm이고 총 길이는 9km에 이르는 베히레는 미닫이 장치가 있어 물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고 쓰레기를 거르는 갈퀴와 침전 장치로 관리되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미래 도시의 환경 체계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숲에 대한 존경심과 도시에 대한 애착으로 환경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환경 교육활동과 NGO활동도 활성화돼있다. 이 교수는 “시민포럼과 주민 협약을 통한 적극적 시민 참여로 도시가 개발된 점이 프라이부르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도움: 이주형<도시대학원 도시개발경영·교통학과> 교수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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