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성찰의 장, 플래시몹
소통과 성찰의 장, 플래시몹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춤과 노래의 즐거움에 사회적 목소리까지 담아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플레시몹을 하고 있다.
흥겨운 음악 소리가 거리에 퍼진다. 바쁘게 길을 가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돌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이라기보단 쉽고 간단한 동작의 반복이다. 갑작스레 벌어진 광경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사람들의 눈길에도 춤사위는 계속된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노래는 끝이 난다. 춤을 추던 사람들이 조용히 군중 속으로 흩어진다.

이 같은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플래시몹’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플래시몹은 인터넷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특정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퍼포먼스를 말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네티즌들의 플래시몹 영상으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듯이 플래시몹은 세계인들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래시몹 유행이 처음 시작된 곳은 2003년 뉴욕의 어느 호텔 로비였다. 그날 호텔에서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박수 소리가 15초 동안 울렸다.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의미 없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목적 없는 행위가 목적이라는 이것은 이후 ‘플래시몹’으로 불리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논문 「플래시몹: 젊은 세대들의 문화 독립」은 “플래시몹의 기반은 디지털 매체”라고 말한다. SNS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익명의 대상들이 손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 플래시몹의 성행에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플래시몹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온라인은 소통의 공간이고 플래시몹은 이런 온라인 소통 공간을 오프라인 소통으로까지 이끌어낸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플래시몹에 ‘재미’라는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의도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플래시몹이 대중들의 단순 관심사 표출과 기업 홍보의 역할을 비롯해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관이나 기업들은 플래시몹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 플래시몹이 가지는 재미와 볼거리를 통해 이벤트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스페셜 올림픽 성공 기원 플래시몹, 특정 기업 홍보 플래시몹 등이 그 사례다. 그러나 비평 「일탈의 안전한 몸부림: 네티즌, 합성사진, 플래시 몹」에서는 “신선함과 의외성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플래시몹이 자본에 포섭됐다”며 “상업적으로 오염된 플래시몹은 플래시몹이 아닌 광고 이벤트다”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우려를 담아내기도 했다.

플래시몹은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네이버 카페 ‘플래시몹’은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대한 개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플래시몹을 주도하고 있다. 카페 ‘플래시몹’은 현재 △학교 폭력 근절 △독도 수호 △아리랑 플래시몹을 계획 중에 있다.

카페 ‘플래시몹’의 운영자 김병민 씨는 “지금까지의 플래시몹이 너무 무의미하고 휘발적이라는 생각에 플래시몹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우리의 목표는 플래시몹을 통해 폭력적인 시위가 아닌 놀이로써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페 ‘플래시몹’의 회원 윤정현 씨는 “중국의 아리랑 유네스코 등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플래시몹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며 “아리랑 플래시몹 이후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플래시몹에 꾸준히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회적 플래시몹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플래시몹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커지긴 했지만 다양성과 활성도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김 씨는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에 진행되는 대학생 참여 플래시몹으로는 △책 읽기 플래시몹 △대구 전국체전 성화 합화식 플래시몹 △대학생 등록금 플래시몹 등이 있다.

참고: 논문「플래시몹: 젊은 세대들의 문화 독립」, 비평「일탈의 안전한 몸부림: 네티즌,
합성사진, 플래시 몹」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