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와 음악이 만나 연리지를 이루다
현대시와 음악이 만나 연리지를 이루다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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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담고 있는 우리 가곡
전통 가곡이 전통 음악에 조선 시대 시조를 덧댄 것이라면, 우리가 익숙한 현대 가곡은 현대시나 현대 시조에 현대적 음악을 입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대 가곡을 ‘예술가곡’이라 한다. 문학과 음악을 아우르고 있는 예술가곡은 ‘제3의 예술’이라 불린다. 따라서 예술가곡의 작곡가는 시에 담긴 의미를 중요시하고 또 그 언어를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우리나라 음악이 현대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 음악이 전해지면서였다. 처음에는 찬송가나 서양의 음악을 번역한 ‘창가’가 생겼고 1920년대에 우리 시와 음악이 창작되면서 가곡이 생겨났다. 완전히 자리 잡은 형태는 아니지만 시초가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음악 교과서에 실린 「고향 생각」이나 「봉선화」를 생각하면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다.

우리 예술가곡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적 상황이 음악에 오롯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가고파」는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는 애타는 심정이 담긴 곡이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 돼 서정적인 느낌이 든다. 1940년대에 작곡된 「떠나가는 배」, 「그리운 금강산」 등에서는 작곡가의 애환과 그리움이 잘 표현돼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은 시대적 상황이 음악에 녹아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음악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1970년 이후의 가곡 중 대표적으로 「청산에 살리라」가 있다. 이 가곡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긍정적이며 풍요롭다. 이는 근대 이후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라 가곡에서도 작곡이나 창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작곡된 「거문도 뱃노래」도 ‘어야디야’와 같은 민요적 후렴이 있어 전통 가락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특징의 「화초장 타령」은 창과 아니리가 있어 판소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노래하며 다양한 판소리 창법도 가미돼 있다.

10여 년 전 타계한 고 이상근 작곡가는 「아가」등을 작곡하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가곡의 한국적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그를 이어 20세기 이후에도 현대적 작곡 기법들의 발전·적용과 함께 우리의 역사와 사회를 담아 가곡이 창작되고 있다.

최근엔 일반 시민이 가곡을 창작한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자 중부일보에 따르면 정창식<한국예술가곡연주회> 연주위원은 “내가 30년 동안 살았던 구리를 위한 가곡을 만들고 싶었다”며 “창작 가곡 ‘한강 둔치’에 구리의 아름다운 모습과 축제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했다.

참고: 도서 「한국예술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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