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E] “아르바이트해도 웃으면 기회가 와요”
[HUE] “아르바이트해도 웃으면 기회가 와요”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2.09.18
  • 호수 13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서지능왕, 톡킹스피치 대표 신상훈 동문

신상훈 대표의 원동력은 ‘아들’이다.

유머는 이제 생존이다. 사람들이 따르게 하려면, 기회를 잡으려면 유머감각을 갖춰야 한다. 유머감각이 좋은 사람은 타인의 기분에 공감하고 맞추는 능력인 정서지능이 높다고 한다.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 그는 어떤 상황이 와도 능히 유머로 넘길 수 있는 ‘정서지능왕’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신상훈 대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과외는 대학생의 거의 유일한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연극영화학과 학생이었던 그에게 영어나 수학 과외를 맡기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들이 잘 안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방송국이 떠올랐죠. 마침 KBS에서 대학생 코미디 작가를 뽑는다는 공고문이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한 그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공고문을 보고 제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이 뭘까요.” ‘음, 지원서 양식을 찾았나?’ 갑자기 받은 질문에 기자가 생각해낸 뻔한 답이었다. “그거 떼버렸어요. 다른 애들 못 보게 하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고문은 그 곳뿐 아니라 전국에 붙어있었다. 겨우 두 명 뽑는데 8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왔다.

“전 긴장 안 했어요. 내가 할 일이면 붙을 것이고 내 일이 아니면 그냥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럼 떨어져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일을 하게 돼도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그렇다고 시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방송국이 8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두 명을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생각해봤다. 시제를 내고 거기에 맞춰 수많은 응시자에게 글을 쓰게 했던 옛날 ‘과거 시험’을 떠올린 그는 거기에 맞춰서 시험준비를 했다. 그의 예상대로 나온 시험에 그는 일필휘지로 답을 쓰고 나와 당당히 합격했다. 방송국 작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는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의 세 배가 넘는 돈을 한 달 만에 벌었다. 색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생각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무엇보다 방송국 아르바이트는 영화공부만 하던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해야 하는데 이게 뭐야’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근데 아르바이트를 내 본업처럼 열심히 하면 내 일이 되고 성공할 수 있어요. 실제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아요. ‘알바천국’이잖아요. 우리나라엔 아직 정신적인 사춘기를 겪지 못한 대학생들이 많아요. 자기가 뭘 해야 하고 뭘 원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잘 모르겠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는 거에요. 그러다가 아니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아요.”

웃으면 기회가 온다
영화사에서도 잠시 일했었지만 결국 코미디계로 돌아온 그는 ‘뽀뽀뽀’, ‘일요일 일요일 밤에’, ‘폭소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맡았다. 많은 프로그램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단연 ‘폭소클럽’이다. 그가 기획부터 시작해서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던 출연진들을 발굴해내 무대에 올리고 스타가 되는 모습까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폭소클럽’은 당시 우리나라에선 생소했던 ‘스탠드 업 코미디’를 지향했다.

“스탠드 업 코미디는 상황극 없이 말로 웃기는 코미디에요. 저는 스탠드 업 코미디가 모든 코미디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어요. 짐 캐리나 에디 머피 같은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 배우들은 다 스탠드 업 코미디 출신이거든요. 잘하면 이걸 생활 속에서도 지혜롭게 적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와도 화내지 않고 ‘주방장이 탈모가 시작됐나 봐요’ 할 수 있는 거죠. 그럼 음식도 새 걸로 바뀌고 다 같이 웃는 거에요. 저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스탠드 업 코미디를 널리 유행시키고 싶었어요.”

그는 수년 전부터 각종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머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코미디를 기획하고 연출하던 그가 ‘유머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혹시 있을까 해서 물었다.

“시청률 낮아졌다고 작가 잘렸거든요. 잘렸으니까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마침 우연한 기회에 대타로 강의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어요. 근데 이걸 잘 했나 봐요. 거기 오셨던 사장님들이 다른 강의 요청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가 강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까’였다. 웃고 나야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 후에 이야기를 해야 청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회사 강연에 가서 한 인사말을 예로 들었다. “여러분, 참치 하면 역시 동원이죠.” 칭찬하면 마음이 열리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어서 그가 한 말이 압권이다. “다른 회사 보세요. 얼마나 비굴합니까. 사조, 사조(사줘, 사줘).” 직원들이 팡 웃으면서 그의 강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회사 사장은 그에게 다른 강의 자리를 소개했다.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웃길까’를 고민했더니 강의가 쉽게 풀리고 새 기회도 얻었다.

“웃길 때 웃는 건 누구나 해요. 근데 안 웃기는 환경 속에서도 웃는 게 고수더라고요. 웃으면 기회가 와요. 성경에도 ‘항상 기뻐하라’는 말이 있어요. 기뻐할 일이 없어도 항상 기뻐하면 기쁜 일이 생긴다는 거에요. 요즘 대학생들 웃을 일 없겠지만 웃어보세요. 그럼 달라져요. 제 주위에도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은 항상 밝게 소리 내서 웃었던 친구들이에요.”

누군가 마음에 있으면
그가 하루에도 대여섯 번 목이 터져라 강의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을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바꿔놓고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이유 중 일부일 뿐이다. 그를 움직이는 힘에 대해서 묻자 그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아들’이라고 답했다.

“우리 유학 간 아들 학비 벌어야 하니까요. 사랑하는 내 아들이 가슴 속에 있으니까 나도 뛰는 가슴 유지하면서 열심히 하는 거에요. 열심히 사는 사람은 분명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거에요. 최근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나 자살의 이유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텅 비어있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면 나의 모습이라도 사랑하세요. 누군가가 마음에 가득 찬 사람은 적어도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걸리진 않아요.”

사진 허인규 기자 high0325@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