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학생회비 사용 내역“공개 여부는 과회장 마음”
학과 학생회비 사용 내역“공개 여부는 과회장 마음”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2.09.16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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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대 학칙 개정, 결산 내용 검토 위원회 구성이 필요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은 ‘학생회비’란 이름으로 적게는 5만 원부터 많게는 15만 원에 이르는 돈을 과 학생회에 지불한다. 하지만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학생회비 9천 원과의 차이점을 모르고 그 금액도 만만치 않아 학생과 학부모는 당황스럽다. 또 △지급해야 할 비용이 학과별로 다른 점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점 △결산 내용을 확인할 곳을 모른다는 점 △결산 명세를 신뢰할 수 없는 점 때문에 학생들의 의문은 쌓여만 간다.

각 ‘학과’에 지급하는 학생회비는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9천 원과는 다른 용도로 쓰인다. 등록금에 고지된 비용은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각 단대 등과 같은 공개기구 운영에 쓰이며 매 학기마다 예·결산 내용이 공개된다. 하지만 과 학생회비는 책정 기준, 용도 및 결산 내용 공개처 등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1학년 학생 A는 “입학 후에 9천 원 외에도 따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 있어 당황스러웠다”며 “선배들은 과 학생회비로 쓰인다는 말 외엔 아무 설명도 없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과 학생회비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회비를 책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학생회비는 학교와 학생회 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측정되는 것이지만 과 학생회비는 과의 자율에 맡겨 있다.

ERICA캠퍼스 한국언어문학과 회장 이웅희<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07> 군은 “학생회비는 작년 예산 운영을 기준으로 책정된다”며 “운영이 원활했으면 가격을 고정하고, 회비가 남았으면 줄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각 학과의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예·결산 내용의 공개 여부 또한 학과 회장의 권한이다. ERICA캠퍼스 공학대 학생회장 최찬희<공학대 건축공학과 06> 군은 “회비 운영 여부에 대해 공식적, 제도적으로 명시된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학생회 임원 개개인에게 학생회비 운영의 투명성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회비의 개인적 사용을 제재하고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학생회에 대한 불신은 쌓여만 가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회장이 개인적으로 학생회비를 썼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온다”며 “결산 내용을 공개한다고 해도 학생회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 학생들이 어떻게 아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결산 내용 공개 방법은 △개강·종강 총회를 이용 △학과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 △과방 게시판 이용 등 학과마다 달라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깊어져 가는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선
과 학생회비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제도적 해결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과마다 다른 학생회비 책정 기준을 단대 단위로 공식화하고 그 운영 방법과 결산 내용 공개도 단대 학칙으로 명문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장지호<예체능대 경기지도전공 06> 군은 “총학생회칙과 학과는 학생회칙 적용 범위가 달라 이를 제도화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결산안 공개를 권고사항으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강경루<인문대 국어국문학과 09> 군은 “단대에 결산 내용 공개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은 서울캠퍼스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학생사회의 투명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총학생회칙 중 ‘자금운영세칙’을 참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학과의 결산 내용을 공개하도록 지시한 ERICA캠퍼스 공학대 학생회장 최 군은 학칙개정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군은 “학생회의 투명성을 위해서 학칙 개정을 논의해 볼 것”이라며 “선임자가 차기 학생회에 내용을 인수·인계할 때 결산에 관한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과의 결산 내용을 조사하는 ‘결산 내용 검토 위원회(가칭)’를 단대 단위로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학생으로 구성된 결산 내용 검토 위원회에 학과 총무가 매달 결산 내용을 보고하고 위원회는 이를 비교·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공학대 학생회장 최 군은 “학생회의 투명성과 학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논의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장 군은 “타 대학에선 공식적으로 이런 일을 전담하는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며 “이를 참고해 각 단대와 학과가 학생회비 내역 공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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