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알파벳 하나로 설명되는 지난학기 당신의 성적, “왜?”
[종합] 알파벳 하나로 설명되는 지난학기 당신의 성적, “왜?”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9.12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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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 최종성적에 대한 의문 해결 어려워, 세부성적 공개를 비롯한 여러 대안 모색해봐야
매 학기가 끝나고 이지허브에서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생각보다 혹은 생각처럼 잘 나온 성적은 문제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성적이 나올 때 학생들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최종성적만이 표시되는 성적표를 납득할 수 없는 학생들은 교수에게 세부 성적을 문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대답 없고, 늦고, 어려운 교수
그러나 정정 기간에 이의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조유미<인문대 사학과 12> 양은 “지난 학기에 수강한 교양과목은 출석도 완벽하고 시험도 무난하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D0라는 납득하기 힘든 성적을 받았다”며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만 하는 답변이 와 다시 질문의 메일을 보냈는데도 답이 없었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이외에도 △늦은 성적입력으로 이의제기할 시간이 없는 경우 △상대평가일 때 다른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담감 △상대가 교수님인 것에서 망설여지는 점 등의 이유로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는 “특히 전공학과 교수님에게는 불편한 사이가 될까봐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세부성적 공개, 완전한 대안은 못돼
이와 같은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할 방안으로 많은 학생들이 세부성적 공개를 주장했다. 조 양은 “중간, 기말, 과제, 출석과 같은 세부성적을 애초에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부성적을 알 수 있다면 최종평점만 공지되는 것보단 조금 더 성적에 대한 의문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교수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A는 “세부성적을 알려주는 것이 이의제기로 인한 피로를 줄일 수 있다”며 “교수 입장에서도 짧은 정정 기간에 많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 힘들며,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교수 B는 “세부성적을 의무적으로 알려줄 필요는 없다”며 “이 또한 교수의 교권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구대는 세부성적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대구대의 한 교무처 관계자는 “우리학교는 대략 2000년도부터 중간, 기말, 과제, 출석 및 기타 항목까지 세부성적을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제도로 학생들의 이의제기가 줄어들었냐는 질문에는 “세부성적을 공개해도 상대평가일 때는 다른 학생과의 점수 차이가 최종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없진 않다”라고 밝혔다.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서
이와 같은 교수들의 이견과, 대구대와 같이 이미 시행하는 대학에서도 이의제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부성적 공개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학기 중 중간성적을 공지하는 것 △이의제기할 수 있는 공식적 창구를 만드는 것 △강의평가 항목에 이의제기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것 등의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학교 교수 C는 학기 중간에 리포트를 돌려주며 등수와 성적을 알려준다. 교수 C는 “학생들이 공부의 방향을 잡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수 C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성적에 대한 의문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의제기가 가능한 공식적 창구를 마련하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정정하는 것은 온전히 교수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의제기를 무시하는 교수들도 나타난다. 박경란<교무처 학사팀> 팀장은 “현재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지는 않다”며 “차세대정보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교수 C는 “강의평가 항목에 이의제기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강의평가 항목이 상세한 편이다. 이렇듯 세분화된 강의평가 항목에 ‘교수는 이의제기를 잘 받아들이거나 성적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충분히 했는가’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강의평가를 완료해야 최종성적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성적 공개 후의 피드백과 관련된 항목은 최종성적 확인 이후에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조치가 필요하다.

박 팀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토론을 거쳐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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