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말을 ‘다듬고’ 싶은 청춘들을 위하여
[문화] 우리말을 ‘다듬고’ 싶은 청춘들을 위하여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9.12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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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지켜야 하는 정신의 가치 “한양대생이라면 ‘참되게, 착하게, 곱게’ 말해야”
“오늘 수업 내용 정말 ‘멘붕’ 아니야?” 최근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멘붕’이다. ‘멘털붕괴’의 준말로서 어떤 일로 인해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희화할 의도로 쓰이곤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조원형<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팀> 연구사는 ‘멘붕’을 “불필요한 외래어의 사용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표현 방식이 결합된 신조어”라고 평했다. 외래어가 반드시 배척해야만 하는 언어인 것은 아니다. ‘버스’, ‘빵’ 등과 같이 우리말에 없는 단어이거나 ‘라벤더색’, ‘크림슨색’과 같이 특정한 대상을 지칭해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뜻을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라면 상관이 없다. 조 연구사는 “그러나 ‘멘털’은 토박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도 아니고 우리말의 표현력을 높여주는 의도에서 필요한 외래어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붕괴’ 역시 마찬가지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보통 고층 건물이나 산과 같은 커다란 사물이 무너질 때 쓰이는 말로서 ‘넋’이나 ‘정신’과 어울리기엔 어색한 말이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언어에 대한 크고 작은 파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바른 언어생활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들을 제어하고 말을 다듬어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언어생활 관련 운동은 식민 잔재의 청산을 주목적으로 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말 속에 남은 일본어의 잔재를 제거하는 것이다. 광복 이후에도 급격하게 유입되기 시작한 서양 외래어들을 순화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비속어 및 저품격 언어를 지양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순화’보단 ‘다듬기’란 표현이 더 적절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조 연구사는 “과거의 언어 순화가 ‘나쁜 것을 안 쓰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언어 다듬기는 ‘더 좋은 말을 쓰는 것’의 개념”이라고 전했다.

‘더 좋은 말을 쓰는 것’을 지향하게 되면서 말 다듬기의 실제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04년 이전까지는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전문연구기관에서 순화어를 선정하고 발표해왔다. 그러나 2004년 우리말 다듬기 홈페이지인 ‘말터’가 개설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직접 ‘다듬고 싶은 말’을 건의하고 ‘다듬은 말’을 제안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흔히 쓰는 ‘댓글’이 바로 이 사업을 통해 처음 개선된 단어다. 또 작년부터는 ‘말다듬기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가 국민들의 제안을 한 번 더 검토하고 다듬어 비전문 일반 국민들의 시각과 전문가의 시각을 모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참여 또한 두드러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글문화연대에서 주관하는 ‘우리말 가꿈이’ 사업이 그 예다. △정책 등에 사용되는 공공언어 개선 △외래어를 우리말로 대체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들기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에도 △67돌 광복절 기념 행사 및 모꼬지(신입생을 환영하기 위해 다녀오는 짧은 여행, 일명 MT) △서울시장과 함께하는 서울시 공공언어 시민 돌봄이 한마당 △우리말 가꿈이 강좌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졌거나 예정돼 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이들 단체는 현재 3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단체 속에서 활동하는 것 외에도 대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우리말 다듬기 활동은 다양하다. 조 연구사는 학내에서 쓰이는 각종 저품격 언어, 즉 선정적, 차별적, 폭력적 언어 표현들을 개선하도록 대학 내에서 언어 개선 운동을 벌이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며 이를 개선토록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조 연구사는 “파편화된 사회가 문제”라며 “소통이 부재한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이 더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결책 또한 있다. 단절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 연구사는 “언어 사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언어생활 자체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통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학교에서 교양과목을 가르친 바 있는 조 연구사는 교가 속 ‘참되고 착하고 고이 사는 길’이란 가사를 인용하며 “한양대 학생들이 참된 말, 착한 말, 고운 말을 앞장서서 쓰는 지성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번 반성해 쓰는 참된 말, 상대방을 배려하며 품격을 갖춘 착한 말, 아름다움을 드높이는 고운 말이 바로 그 답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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