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계속되는 삶을 위하여
오늘도 계속되는 삶을 위하여
  • 한대신문
  • 승인 2012.09.11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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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여름이 갔다. 지독했던 무더위와 두려웠던 태풍 그리고 불면의 올림픽이 여름을 데려갔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지독했던 지난 여름이 ‘참으로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런던 올림픽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도가 아닐까?

국가주의를 전면화한 맹목적 흥분과 국수적인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애틋한 메달리스트의 사연을 메달 획득으로 일소에 해소시켜버렸던 런던 올림픽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행복했다. 경기의 승패에 집착하고 그 결과를 현실에 대입시키거나 불공정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거나 메달을 따지 못하면 스스로 죄인이 돼버리는 우리의 모습이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부정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경기를 마치고 바벨에 입맞춤하는 장미란 선수의 모습이 당당하고 멋져 보였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B급 문화를 시니컬하게 전면화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압도는 A급 문화의 기만과 무기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의 층위를 가르는 것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풍요로운 A급 문화에 대한 건강한 견제로서 B급 문화의 부상은 긍정할 수 있는 일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성적 코드로 획일화되고 K-POP 열풍으로 모든 것이 용인되는 아이돌 중심의 가요시장과 강남중심의 질서에 대한 지독한 야유와 패러디의 결과다. 더구나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해외에서 열광한다는 사실에 거꾸로 주목하는 우리의 인정투쟁에 대한 자기 패러디 현상이기도 하다.

올림픽과 「강남스타일」의 긍정적 공통점은 자기 인식과 즐거움의 추구다. 출전 선수들이 감동적으로 보여줬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것을 극대화 또는 극복하려는 노력과 자기긍정, 그 과정을 즐겁게 주도적으로 이끈 사례들은 선수들의 후일담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B급을 지향하며 지배적인 문화와 사회에 대한 견제를 즐겁게 보여준 싸이의 차별화 전략과 유쾌함도 눈여겨 봐야할 구석이다.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 다짐과 결의로 부지런히 공부할 학생들에게 정확한 자기 인식과 즐거움의 추구를 말해주고 싶다. 가파르지 않은 시간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슬기롭게 건너는 자세다. 남과 다른 차별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보다 즐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 내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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