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는 성범죄 대책이 더 위험하다
고민 없는 성범죄 대책이 더 위험하다
  • 한대신문
  • 승인 2012.09.11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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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무서운 요즘이다. 연일 보도되는 성범죄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성범죄는 이제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가야할 중요한 의제다.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각종 대책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 물리적 거세와 사형제도는 단연 눈길을 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물리적 거세를 시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사형제 부활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

흉악한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정말로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적합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물리적 거세는 인권 침해 소지가 크고 효과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 이중처벌과 남녀 성범죄자 간 불평등 문제도 존재한다. 징역형에 이어 물리적 거세까지 하는 건 이중처벌인 데다 전체 성범죄자의 약 3%에 달하는 여성 성범죄자와의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거세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 등 이차적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사형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이래 한 건도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어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 엠네스티에 따르면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는 유엔 회원국의 91%인 175개국에 달한다. 이렇듯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인 이유는 사형이 흉악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것이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엔은 “사형이 종신형보다 더 큰 예방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사형제를 폐지한 이후 살인범죄가 줄어들었다.

다른 대책은 충분히 많다. 우선 짧은 형량을 늘려야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9년 7월부터 2011년까지의 아동 성범죄 사건 212건의 평균 형량은 3.39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신징역형, 또는 미국처럼 징역 99년형 같은 상징적인 장기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사후 관리 또한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현재 경찰이 관리하는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는 4천 118명이다. 경찰은 매월 한차례 이들의 신상정보를 점검하거나 형식적인 동향 파악을 할 뿐이다.

성범죄 근절은 감정적 대응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분노에 찬 포퓰리즘적 대책은 더욱 위험하다. 성범죄의 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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