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말들엔 이미 충분히 신물이 났습니다
공허한 말들엔 이미 충분히 신물이 났습니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9.10
  • 호수 13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취재 인파가 몰려있었더랬다. 종종 치러온 행사 같은데, 오늘 따라 유난히 붐비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던 차에 곧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올림픽체육관에서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잡페스티벌’은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비롯한 취업준비생들에게 각 기업들에서 파견된 관계자들이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였다. 정장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학생들 사이에서 박 의원은 그렇게 플래시 세례와 함께 등장했다. 호기심에 들어와본 잡페스티벌 현장에서 본 기자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인사의 얼굴을 보게 됐다. ‘만났다’란 표현보단 그저 ‘바라봤다’란 표현이 더 어울렸다. 멀찍이 떨어져있는 그의 주변은 경호원들을 비롯해 유명인사의 등장에 놀란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회 내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대선 후보인 박근혜 후보는 ‘여당의 당수로서 정치력을 갖춘 선거의 여왕’, ‘반성 없는 유신 독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군림자’ 등 수식어도, 찬반 논란도 많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일찌감치 여당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이처럼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었던 차였기에 그의 등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더없이 충분했다. 진행 관계자는 “청년 실업에 관심이 많은 박 후보가 현장을 보러 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본인도 나름대로 걱정이 참 많겠다 싶었다. 반값 등록금에, 청년 실업 해결 문제에, 애초에 벌여놓은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해결책은 영 요원해 보인다. 물론 이것이 여당만의 고민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 차원에서라도 이번 정부의 집권 기간 동안 있어왔던 일들에 대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박 후보이기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박 후보 앞에 놓인 책임의 크기는 ‘옛날 얘기’를 차치하고서라도 산더미다. 결국 이날은 별다른 메시지도, 행동도 없었지만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도 등록금에 대한 새 전환점은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 ‘반값등록금’이 처음 이슈화됐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점이자 귀결점으로 지적할만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한대신문은 이전에 사설에서도 정치 싸움에 등록금 문제를 이용하지 말라고 전한 바 있다. 이젠 그 말에 담고 있던 바람마저 상투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지고 있는 지경이다.

고루한 안건이 돼버린 ‘반값등록금’ 문제에 해결책은 없는가. “실제 액수가 아니라 심적 부담이 반값이 되게 하겠다는 의미였다”라는 그런 말장난 말고, 굳이 반값이 아니더라도 실제적이고 보다 ‘양심적인’ 해결방안은 없는가.

등록금액의 50%를 깎든 5%를 깎든 그에 걸맞는 과감하고 확실한 예산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사람들이 ‘근거’, 즉 ‘실제 예산 견적과 확보 방안’에 대해 따져봄 없이 한 마디의 선언 자체에만 강력하게 매료되더라도 그 ‘근거’를 지키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 자세다. 말부터 앞서고 보는 눈속임 정치에 더 이상 신물이 나지 않게 하려면 박 후보는 그 플래시 세례만큼이나 명확하고 영향력 있는 양심적 해결방안인 ‘근거’를 밝혀줘야 할 것이다. 잡페스티벌에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왔더라도 이 말을 하고 싶었을 테지만, 특히 집권 여당의 후보로서 책임의 무게가 무거운 사람이기에 그날의 ‘바라봄’은 여러모로 본 기자에게는 더 큰 의미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