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눈먼 생쥐들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세 마리 눈먼 생쥐들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09.08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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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 있는 구성과 독창적 트릭, 아가사 크리스티의「쥐덫」
▲ 연극 「쥐덫」의 등장인물들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인자를 찾기 위해서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어느 추운 겨울, 랄스톤 부부가 산장 ‘몽크스웰’의 개업 준비로 분주하다. 목조로 이뤄진 산장 거실에 커다란 소파가 놓여있다. 빛바랜 액자와 낡은 벽난로는 산장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창문에는 성에가 가득 껴있고 벽난로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나 바깥의 추운 날씨를 보여준다. 곧 결혼 1주년을 맞는 신혼부부 몰리와 가일즈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가득하다. 부부는 추운 날씨 탓에 길이 얼어붙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개업과 동시에 맞는 손님들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푼다.

첫 번째 손님으로 크리스토퍼 렌이라는 젊은 건축가가 도착한다. 빗질 안 된 머리와 요란한 옷차림으로 들어오자마자 집 전체를 헤집는 그는 어딘가 미성숙한 것 같다. 두 번째 손님은 보일 부인이다.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투덜거리는 그녀는 까칠하고 거만하다. 곧이어 보일 부인의 짐을 거들며 메카프 소령이 들어온다. 반듯한 어깨와 중후한 목소리에서 강한 군인의 모습이 엿보이지만 의외로 친절하다. 마지막으로 케이스웰이라는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큰 목소리와 남성적인 말투가 인상적이다.

이로써 모든 예약 손님들이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다시 누군가 산장 문을 두드린다. 자신을 파라비치니라고 밝힌 의문의 사나이는 눈길에 차가 막혔다며 부부에게 양해를 구한다. 불쑥 찾아온 자신을 친절히 맞는 부부에게 “내가 사실 강도나 살인마일 수 있지 않느냐”고 장난을 치는 그는 기이한 농담을 즐기는가보다. 부부는 “우리 여인숙에 모인 사람들은 어쩐지 다들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라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저녁,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경찰국에서 곧 사람을 보낸다는 소식을 전한다. 파라비치니는 들고 있던 볼집게를 떨어뜨리고 메카프 소령은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진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른 손님들도 바짝 긴장해 부부에게 경위를 묻는다.

갑작스런 폭설에 교통이 마비돼 형사 트로터가 스키를 타고 등장한다. 트로터 형사는 투숙객들을 모두 불러 모아 오늘 아침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이 산장의 투숙객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범인은 몽크스웰 산장의 이름이 적힌 노트에 ‘세 마리의 눈먼 생쥐들’이라는 동요 가사를 적어 다음 살인을 예고했다고 한다. 파라비치를 제외한 투숙객들은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하고 온 손님”이라며 “오늘 저녁 이곳에 누가 오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해 사건과는 무관함을 주장한다.

그러던 중 산장의 전화선이 끊기고 형사의 스키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산장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트로터 형사는 급히 끊어진 전화선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크리스토퍼는 이 사건이 흥미진진하다며 동요 ‘세마리 눈먼 생쥐들’을 콧바람으로 흥겹게 노래해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취조를 마친 손님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방으로 흩어지고 보일 부인은 라디오를 들으며 편지를 써야한다며 홀로 거실에 남는다.

곧이어 조용한 산장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린다. 공포심 여린 외마디 비명에 사람들이 놀라 허겁지겁 몰려든다. 그 곳에서 새로운 희생자가 목이 비틀려 쓰러진 채 발견된다.

집 안으로 들어온 트로터 형사는 사건 발생 당시 투숙객들이 있었던 장소에 대해 묻는다. 극은 절정으로 치닫고 산장은 곧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불안감에 휩싸인 투숙객들은 트로터 형사의 교묘한 취조에 휘둘려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까지 런던에 있었던 자, 지하실에 있었지만 형사의 스키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자, 아무도 듣지 못한 피아노를 쳤다는 자, 2층에서 혼자 다른 계단을 이용해 아무도 마주치지 못한 자, 살인 사건에도 유난히 침착히 짐을 챙겨 나온 자.

트로터 형사는 “이 여섯 개의 진술 중에 진실은 다섯이고 하나는 허위일 것”이라며 거짓 진술을 찾기 위해 좀 전의 진술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다시 재연해보자고 한다. 단,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조건이다. 결국 투숙객들은 형사의 말대로 서로의 역할을 맡아 뿔뿔이 흩어진다. 트로터 형사는 한참동안 홀로 거실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범인을 찾았다며 응접실의 누군가를 큰 소리로 부른다. 어둠 속에서 두 인물이 서로를 마주보고 극은 이내 충격의 반전과 결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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