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예술마케팅을 넘어선 사회공헌 ‘메세나’
기업의 예술마케팅을 넘어선 사회공헌 ‘메세나’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09.08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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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예술가의 책임이 아닌 공공의 노력과 관심

 문화예술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경제적 수익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현대 문화예술 산업은 각종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때 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기업의 원조 및 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의 지원 활동을 총칭해 ‘메세나(Mecenat)’라 한다. 메세나라는 용어는 문화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인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했다.

문화예술 지원 왜 필요할까

▲ 지난달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한화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산으로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문화예술 지원은 정부 차원의 후원도 있지만 △국가 예산에 한정된 점 △전통예술·행위예술 등 후원이 필요한 일부 콘텐츠에만 국한된 점 △저소득층 대상의 문화 지원 정도의 수준인 점 등으로 인해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따라서 현대에 들어서 정부는 직접적 지원보다 기업들의 메세나를 지원하는 간접적 지원의 방식을 확대했다. 그에 따라 각종 기업의 메세나가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예술에 공공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는 문화예술이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소비에 있어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이 있다.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소비한다고 해서 그만큼 다른 사람의 소비가 줄지 않는 성질이며, 비배제성은 소비자의 소비 행위를 제한할 수 없는 성질이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한 작품을 소비자 A가 관람한다고 하자. A가 공연을 본다고 다른 소비자 B가 그 공연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또 A와 B의 공연 관람을 차별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 특히 돈을 지불하지 않는 길거리 공연과 같은 경우 ‘무임승차’의 성질도 있다. 이때 공연이라는 재화의 생산을 시장에 맡겨두면 전혀 생산이 안되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 이하로 생산될 것이다. 결국 공연은 효율적인 양만큼 사회에 공급되지 못하며 질적으로도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문화예술을 혼합재(混合財) 또는 준공공재(準-)로 본다. 예술을 사적재(私的財)와 공공재의 성격을 동시에 지녔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문화예술은 소비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편익을 제공한다. 또 개인의 만족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외부적·집합적 편익을 제공한다. 따라서 공공 사회를 위해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 지원 어떻게 하고 있나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설립됐다. 2004년에는 ‘기업’ 외에 ‘민간’도 문화예술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국메세나협의회(이하 한메협)로 명칭이 변경됐다. 한메협의 경우 프로그램 「찾아가는 메세나」와  「Arts for Children」을 통해 문화 소외지역과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국악, 무용, 미술, 연극, 음악 등의 공연을 관람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Art & Business’라는 매칭펀드를 운영한다. 매칭펀드는 기업과 예술 단체를 결연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이 문화예술 단체의 창작 활동을 후원하고 그 단체는 발전된 문화예술로 보답하는 것이다.

한메협은 지정기부금 단체로 개인에게는 후원금의 20%, 기업에게는 후원금의 10%에 해당하는 감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는 프랑스 예술지원금 세액공제를 도입한 것이다. 김윤미<한메협 경영기획팀> 대리는 “감세 혜택 도입 이후 문화예술 기부금이 많이 증가했으나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며 “문화예술 지원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주식회사 이건(이하 이건)은 매칭펀드를 이용하는 기업의 예로 들 수 있다. 이건은 메세나로 무용단과 미술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때 이건은 중소기업 매칭펀드를 통해 문화예술 지원금의 반액을 기부하고 나머지 반액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이건은 메세나를 위한 메세나가 아닌 순수한 메세나를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세제 혜택과 무관하게 기업 자체 행사인 「이건음악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클래식 공연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김영신<이건 경영지원팀> 차장은 “생소한 클래식 공연을 보러 왔다가 또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고 20년이 넘다보니 팬들도 생겼다”고 했다. 

공기업인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5678 상설공연장의 예술 공연들과 「5678문화드림」이라는 뮤지컬, 영화 등 티켓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정형구<서울도시철도 홍보팀> 사원은 “공공기관이라 예산이 자유롭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시민과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지하철을 출퇴근의 용도뿐만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메세나의 표본인 CJ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산업에서 오는 수익을 비제도권의 예술인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후원이 필요한 창작예술인을 주로 후원하는 것이다. 이에 김선아<CJ문화재단> 과장은 “비제도권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홍보에 바로 반영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익이라는 단순한 목적이 아닌 사회 환원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체들의 후원 인식에 대해서도 “기업 이미지보다 순수한 후원을 위한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과 기업경영의 조화
메세나를 통한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기업과 문화예술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게 한다. 한메협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문화마케팅 기대 효과’에서 기업의 사회공헌과 문화계 발전 기여는 35%를 넘는다. 기업의 공익법인인 ‘문화재단’의 경우도 기업 이미지 제고보다 사회공헌이 더 많은 기대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특히 문화재단은 지원 분야의 전문화로 문화예술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기업 메세나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메세나는 다양한 효과를 낳는다. 메세나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에 따라 기업의 상품 매출이 증가하고 이는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또 기업의 직원은 기업에 대한 자긍심을 부여 받는다. 직원은 고객에게 문화예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고객과의 관계도 강화할 수 있다. 또 문화예술이 이루어지는 지역 사회를 활성화 하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기업은 메세나를 통해 사회와 상호호혜적 관계를 구축한다.

현재 국내 메세나 상황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소수 대기업에 치우친 점 △예술 단체보다 기업체의 기획 위주로 진행되는 점(예술의 자율성·독립성 무시) △지원의 지속성이 부족한 점 △기업의 상업적 의도만을 위한 것이라고 인식되는 점이다. 이에 대해 CJ문화재단의 김 과장은 “시민이 세금을 내듯이 기업 역시 사회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기업이 더 소통하고 이해하며 문화예술로 시민과 함께 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용순<한북대 특허법률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예술인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 단체나 공간 등에까지 지원 분위기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 도서 「컬덕 시대의 문화마케팅」,  「문화산업 법」
논문 「메세나에 대한 공중들의 인식과 활동 유형이 공중관계성과 기업 명성에 미치는 영향」
사진 출처: 한국메세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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