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는 공간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는 공간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 이희원 기자
  • 승인 2012.09.01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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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서울캠퍼스 공학센터 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밤새 자동으로 작동되던 실험기계의 오류가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산화안정화기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번 화재로 인해 연구실과 기자재가 모두 타버려 2천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나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재 화재가 발생한 연구실은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출입이 통제돼있다.

이처럼 우리대학도 연구실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실 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우리대학에서는 28건의 연구실 사고가 일어났다. 33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 건수를 기록한 건국대 다음이다. 연구실 안전사고는 기존 화학공학 외에도 △전기·전자 △물리 △생명 △보건 분야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화학물질 △가연성·독성가스 △위험 기계 사용 등이 빈번해 지고 있어 연구실 안전사고의 위험성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본지는 △우리 대학의 연구실 안전 설비 △학교에서 실시하는 온라인 안전교육 △연구실을 직접 사용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오프라인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연구실 안전 설비의 오해와 진실
▲ A 대학에서 발생한 실험실 사고 현장이다.

지난 7월 2일 화재가 발생한 뒤에 이를 다룬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다수 게재됐다. 해당 기사들은  문제점으로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미미했던 점 △자동화재탐지설비와 화재속보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본지의 취재 결과 이는 사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화재가 발생한 서울캠퍼스 공학센터 5층의 연구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소방법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치는 △바닥의 면적 △지하층의 유무 △수용 인원 △층수 △건물의 용도 등으로 설비 기준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광진 소방서 관계자는 “연구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스프링클러 설비 기준에 맞아야 설치할 수 있다”며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해당 기준에 맞지 않아 스프링클러를 설치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기준에 따라 현재 서울캠퍼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은 △백남학술정보관 △HIT △FTC △IT/BT 등이 있다.

또 스프링클러의 설치가 모든 화재의 해결방안인 것은 아니다. 광진 소방서 관계자는 “연구실은 약품이나 전기시설에 물이 닿으면 오히려 더 큰 사고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연구실 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소방시설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우리학교는 2006년부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연구 종사자와 안전환경 관리자가 보다 쉽게 연구실 안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핸드북을 각 연구실에 배포했다. 안전관리 핸드북의 내용으로는 △연구실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 수록 △안전설비 구축 및 안전관리 실태 등의 우수사례 및 미비점 등을 제시했다.

또 소방법 제8조 ‘특수 장소의 방화설비’에 의하면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연구실의 경우 자동화재탐지설비와 화재속보설비를 갖춰야 한다. 화재가 발생한 공학센터 건물 또한 리모델링 이후 위와 같은 화재경보 시스템이 적용됐다. ‘자동화재탐지설비’는 화재 발생 시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열 또는 연기를 자동적으로 검출해 건물 내의 관계자에게 발화 장소를 표시하고 경보를 울린다. 이어서 ‘화재속보설비’에 있는 속보기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수신기 또는 감지기로부터 화재 신호를 받는다. 그 후 속보기가 통신망을 통해 소방관서 및 관계인에게 음성과 데이터 등으로 송신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번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위와 같은 화재경보 시스템이 작동해 상황실에 근무하던 담당자가 확인을 하고 화재신고를 했다. 이종원<관리처 관재팀> 계장은 “학교 상황실은 24시간 항시 운영되고 있어 오작동이 발생해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안전교육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연구실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은 철저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교수와 학생들이다. 실제 연구실을 사용하는 이들의 안전교육을 위해 지난 2006년에 연구실안전법이 제정됐다. 연구실안전법은 대학교에게 △연구실의 의무점검 △실험 및 실습을 하는 학부생을 포함한 연구자들에 의무적으로 연구실 안전교육을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연구실 관련 안전교육 대상자는 △이공계열 교직원 △연구원 △조교 △대학원생 △학부생으로 서울캠퍼스 1만 4천명, ERICA캠퍼스 5천 280명이 해당된다. 대학은 법적으로 매월 1시간, 학기별로 6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우리학교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한양대학교 안전정보망 사이트(safetyedu.hanyang.ac.kr)’라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기 전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의 학과 및 연구 상황에 맞게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강제성이 없는 점 △학교의 안전교육 홍보가 부족한 점 △온라인 강의가 가지는 자체적인 한계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안전교육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강의를 수강하지 않을 때의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아 교육대상자들의 대다수가 참여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2012년 1학기 안전교육결과 2천 289명만이 강의를 수강해 교육이수율이 16%로 매우 저조한 상태다. 이종우<관리처 관재팀> 계장은 “교육대상자들이 각자 수업과 연구로 바빠 안전교육 이수에 소홀하다”고 전했다.

또 안전교육의 이수율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로 학교의 홍보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김병민<공대 생체공학과 11> 군은 “2학년인데도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이 실시되는지 몰랐다”며 학교 홍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에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음에도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김균도<공대 건축공학부 12> 군은 “내용도 지루하고 현장강의가 아닌 인터넷강의이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종우 계장은 “사용자들이 안전교육에 포함된 내용만 지켜도 연구실 사고의 80~90%는 예방할 수 있다”며 “교육의 내용을 꼭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화재사고 이후 학교는 안전교육의 강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대상자의 출입카드 ID삭제 및 졸업 제한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시 교육을 받지 않은 대상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안전교육의 열쇠는 ‘교수’
안전교육을 온라인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오프라인에서의 안전교육은 어떨까. 연구실 안전을 위해서는 실험을 실시하기 전 조교 및 교수들이 주도하는 연구 현장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이 필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입생 A군은 “조교님과 실험을 같이 하는데 실험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안전사항을 확실히 숙지시키고 실험을 시작한다”며 안전교육에 대해 만족을 느꼈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학생 B군은 “담당조교가 실험복이나 고글을 착용하라고 언급은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받지는 못한다”며 “부족한 설명 탓에 학생들은 행동에 옮기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위의 두 학생이 안전교육에 대해 느낀 점이 정반대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우 계장은 “학과나 담당교수님별로 교육 방식의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안전교육 특강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종우 계장은 “일부 교수들은 안전수업을  다른 대체 수업으로 진행하기도 하는데 어떤 교수들은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교수들의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 차이가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 및 연구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본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의 안전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진출처: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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