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 없었던 나폴레옹의 그림 한 점
불가능이 없었던 나폴레옹의 그림 한 점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08.31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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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통일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자크 루이 다비드의「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북이탈리아를 침공하기 위해 알프스를 넘는 역사적 순간을 묘사했다. 앞발을 치켜든 백마와 그 위에 올라탄 붉은 망토의 나폴레옹. 그림 속 나폴레옹은 거친 폭풍우를 뚫고 알프스 너머를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듯 용맹하다. 나폴레옹의 명성은 그의 업적과 함께 이 작품 속 이미지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초상화 속 나폴레옹의 모습이 모두 거짓이라면 어떨까. 백마와 화려한 장교복,  몰아치는 바람과 일사분란한 병사들, 바위에 새겨진 정복자들의 이름 등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폴레옹이 타고 있던 것은 실은 백마가 아닌 노새였다. 그림 속 화려한 장교복과 백마는 나폴레옹의 영예로운 정복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말을 타고 험준한 산을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폴레옹은 노새에 올라타 병사들을 먼저 올려 보낸 뒤 현지 안내인의 가이드를 받으며 이동했다. 또 그림 왼쪽 하단의 바위에 새겨진 정복자들의 이름은 나폴레옹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러나 바위에 새겨진 이름들과 나폴레옹의 업적은 사실상 무관하다. 당시 지휘권을 가지고 있던 장군이 전사하자 나폴레옹이 그림 한 장을 이용해 전투 승리의 공을 자신에게 돌렸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죽은 후 등장한 폴 들라로슈의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는 같은 역사적 순간에 대한 이 같은 다른 진실을 보여주고
▲ 폴 들라로슈의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1800년대 프랑스 최고의 화가로 신고전주의 미술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신고전주의는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합리주의 미학을 중시하며 고전적 이상을 재현하고자 했던 화풍이다. 균형 잡힌 구조와 고전적 형태미는 이런 신고전주의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나폴레옹이 남긴 명언, “내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 불가능이 없었기에 나폴레옹은 정치 선전에도 매우 능했던 것일까. 나폴레옹은 다비드를 자신의 왕궁 화가로 두고 그의 그림을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이용했다. 나폴레옹의 붉은 망토는 고대신화 속 영웅을 상기시키며 사건을 신화 속 이야기로 이상화 한다. 이정순<생활과학대학원 의류학과> 교수는 “신고전주의 작가였던 다비드는 음침한 표정과 영웅적 자태 등의 낭만적 요소를 가미해 나폴레옹에 대한 숭배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오로지 나폴레옹의 사람이었던 그는 나폴레옹의 실각과 함께 추방돼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교수는 “예술가가 정치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결국 조국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비운을 맞는 암시가 배어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참고: 프로그램「명작 스캔들」, 논문「시대의 정신을 반영한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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