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오페라극장의 주역을 꿈꾸다
미래 오페라극장의 주역을 꿈꾸다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08.31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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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창의성과 열정으로 가득 찬 대학오페라 페스티벌
▲ 우리학교 음대 학생들이 「리골레토」의 한 장면을 열연하고 있다
오페라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종합 예술’이다. 탄탄한 줄거리, 이야기를 전달하는 음악, 공연이 구현되는 무대. 완성도 있는 오페라가 되기 위해선 위 세 요소 중 하나도 놓쳐선 안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매력에 빠지지만 반대로 큰 벽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대중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지루한 클래식 음악을 노래하는 공연일 뿐이다. 직접 오페라에 참여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프로 배우가 아닌 대학생들이 참여한 오페라가 예술의 전당에 오른다. ‘대학오페라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오페라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3개년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 공연은 2010년에 시작해 올해 우리학교, 국민대, 상명대의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노형선<예술의전당 공연사업부> 씨는 “음악대학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유망한 연기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 측에서 의욕적으로 이번 공연을 개최했다”며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3년으로 계획해 아쉽게 올해가 마지막 공연”이라고 전했다.

공연 준비에 필요한 장소와 기자재까지 빌려주는 위 프로젝트는 음악대학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모든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 씨는 “예술의 전당 자문위원이 지원한 대학들의 작품을 심사한다”며 “작품성과 학생들의 기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공연할 대학을 선정한다”고 선정 기준을 밝혔다. 우리학교의 이번 공연을 연출한 이범로<음대 성악과> 교수는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우리학교 음대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며 “작품의 콘셉트가 정확히 설정됐음은 물론 우리학교 학생들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학오페라 페스티벌은 미래의 오페라 주역들에게 공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음악 교육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노 씨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오페라극장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설 무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오페라극장의 문턱을 낮춰 젊은 연주자들의 재능과 끼를 표출하게 도울 수 있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교수 또한 “학생들은 무대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며 “이런 공연은 학생이 예술인으로 자리매김 하는 데에 초석이 된다”고 교육적 가치를 전했다.

한양대생에 의해 재해석된 오페라,「리골레토」
이번에 우리학교가 선보인 오페라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다. 이 작품은 드라마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품격 있는 감동을 주는 오페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다소 무거워 이 오페라는 비극적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일컫는 ‘오페라 세리아’에 속한다. 이 교수는 “저주가 지니는 음산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극의 내용이 여주인공 ‘질다’의 희생으로 정리되는 만큼 전체적으로 ‘피’가 흐르는 느낌을 부여해 마지막에 무대가 순화된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품인 만큼 학생들이 「리골레토」를 연기하기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이 교수는 “음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리골레토」는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라며 “오케스트라가 강하게 소리를 내는 중에도 연기자의 노래가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연기자의 성량은 물론 체력까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공연준비의 어려운 점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유슬기<성악과 석사과정 수료> 씨 또한 “「리골레토」는 워낙 대작이고 성악가로서 욕심이 나는 작품이지만 막상 공부를 하면 할수록 표현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주연을 맡은 만큼 부담감이 커 요즘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학생 배우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사실상 대학생은 딸을 가진 아버지인 ‘리골레토’나 야한 역할인 ‘막달레나’를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고 유 씨는 “상황에 따라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바람둥이 역할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연기하기에 오히려 완성도 있는 오페라를 만들 수 있기도 하다. 이 교수는 “기성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주관 때문에 연출자나 지휘자가 원하는 방향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생들은 경험이 부족해 불안정하고 미숙한 점이 많지만 연출자가 정한 하나의 콘셉트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며 대학오페라의 장점을 역설했다.

우리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리골레토」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국민대의 「쟌니 스키키 & 수녀 안젤리카」는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상명대의 「사랑의 묘약」은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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