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로 ‘좋은 건축’을 만들다
‘좋은 재료’로 ‘좋은 건축’을 만들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05.28
  • 호수 1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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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구조, 기능,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뤄야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 쯤 ‘두꺼비집’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모래 속에 손을 넣고 그 위를 모래로 덮어주며 노래를 부른다. 단단해진 모래언덕에서 손을 빼면 제법 근사한 두꺼비집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두꺼비집도 사실 건축법상 건축물이 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춘 ‘집’이다. 건축법에서는 ‘벽이나 기둥 위에 지붕을 얹어놓은 것’을 집(건축물)이라고 규정한다.

두꺼비집을 확장해 생각해보면 동굴을 떠올려볼 수 있다. 두꺼비집과 동굴은 큰 방, 출입구, 지붕 등이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건축물이다. 이를 증명하듯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주로 동굴에서 살았다. 그러나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에 좋은 동굴을 찾기는 힘들었다.

농경시대가 시작되면서 나뭇가지를 엮어 지붕을 만들고 벽은 흙이나 돌로 쌓는 방식의 움집이 건축되기 시작했다. 움집은 땅을 지면보다 낮게 파고 주위에 언덕을 쌓은 피난처의 기능을 가진 건축물이다. 이때 다양한 시도를 거쳐 사각형 기둥으로 뼈대를 만들고 지붕을 얹어 수직으로 벽을 세운 집이 탄생한다. 비로소 건축의 기본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흙과 돌, 목재로 만든 전근대 시대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축 재료가 필요하다. 근대 이후 시멘트, 철 등의 인공 재료가 건축 재료로 흔히 쓰이기 시작했으며 현대에는 고분자공학, 금속공학 등의 발전으로 신재료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근대 이전 자연 건축 재료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흙은 대표적인 자연 건축 재료로 물을 적당히 섞고 볏짚을 넣은 다음 이를 쌓아올려 벽으로 만드는 공법으로 응용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흙을 가공 없이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흙이 잘 굳지 않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정재영<한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볏짚을 섞어서 균질성을 보강하면 흙이 흘러내리지 않는다”며 “흙을 진흙으로 만들면 벽돌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에 벽돌을 구워서 강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돌 또한 자연 건축 재료의 하나로 요긴하게 쓰였다. 가령 이집트는 궁전, 기념물, 신전을 건축하기 위해 퇴적암을 사용했다. 돌은 건축에 적당한 모양과 크기로 가공되기도 했다. 또 가공이 간단해 편리하고 유용하게 작업할 수 있는 목재도 자연 건축 재료로 사용됐다. 주로 한대지방의 침엽수가 사각형으로 손질돼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좋은 건축물, 어떻게 알아볼까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낀다. 이때가 인간이 가장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집의 형태라고 한다. 엄마 뱃속과 같은 공간이 우리가 찾는 좋은 집이고 좋은 건축인 것이다.

좋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알아야 할 세 가지 핵심이 있다. △기술적인 건설로 구조적인 효율 달성하기 △기능적인 계획으로 사용상 능률을 꾀하기 △상상하는 형태를 구상해 시각적인 효과를 뽐내기가 그 내용이다. 정 교수는 이 내용들을 건축의 구조, 기능, 미의 균형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건축의 구조에 대해 “구조가 없다면 건축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며 “건축미 역시 안정된 구조 하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목적은 다양한 건축기술과 공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건축의 기능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건물이 어떻게 쓰이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건물은 짓는 사람의 목적에 맞게 건축돼야 하는데 이런 기능적인 요소가 모두 충족된다면 잘 건축된 건물이라고 평할 수 있다.
건축의 시각적 미는 건축 공간을 통해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요소다. 어떤 건축가는 구조나 기능 역시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기도 한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건축물은 많다
건축의 기능은 건축물의 재료에 따라 건축 구조 방식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조적구조 방식’은 서양의 건축물에 종종 사용되는 건축 구조 방식이다. 일정한 크기로 만든 돌 덩어리를 쌓아 올려 벽체를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려놓은 구조다. 벽체를 튼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건축물이 견고한 것이 특징이다.

목재를 접합하는 건축 기술을 주로 이용하는 ‘가구구조 방식’도 있다. 정 교수는 저서「건축기술의 역사」를 통해 “목재만으로 벽체를 만드는 것보다 목재로 골조를 짜고 그 사이공간은 자른 재료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공장이나 상점 입구 등에서 사용된 구조방식이다.

‘아치·볼트·돔 방식’은 콘크리트와 벽돌을 재료로 반원형 아치, 반구형 돔 등의 건축물에 활용됐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다리의 구조방식은 ‘현수식 방식’으로 소수의 튼튼한 기둥으로 하중을 견디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일체식 방식’, ‘막구조 방식’ 등 분류기준에 따라 다양한 구조 방식들이 있다.

참고: 도서「건축기술의 역사」, 「내 마음을 두드린 우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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