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한마디의 힘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한마디의 힘을 생각하며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5.26
  • 호수 1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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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

프랑스 절대왕정 시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와 같은 말을 남긴다. 그리고 얼마 뒤 프랑스대혁명으로 인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말 한마디’의 위력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어찌됐든 그녀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실제로 그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의견이 사실이라면 ‘잘못 전해진 말 한마디’의 위력 역시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 말 한마디는 그 어떤 총·칼보다도 강력하게 세상을 바꾼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란 유명한 격언도 있지 않은가. 언론적 사명을 띠고 있는 모든 매체가 갖고 있을법한 신념이다. 그러나 이 신념으로 인해 오만해져선 안 된다. 칼보다 강한 펜은 칼만큼 위험하고 따라서 그만큼 무거운 존재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한대신문은 지난호 종합면 기사였던 「불친절한 교직원 서비스, 불만 표출은 어디에」로 인해 소동을 겪어야 했다. ‘교직원 서비스’에 대한 평가 창구가 따로 마련돼 있는 학교에 비해 우리학교는 그런 점이 미약하다고 판단돼 시작하게 된 기사였다. 그러나 제목으로 실린 ‘불친절한 교직원 서비스’란 단어 하나로 많은 지적을 받아야만 했다. 본의 아니게 전달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대신문이 지금과 다른 성격을 가진 매체였다면, 보다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대처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됐든 교내 3주체(교수, 학생, 교직원)의 소통을 목표로 하는 중앙 매체로서,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짚어야 할 필요는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호 종합면에서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다.

언론은 그 자체로 온전할 수 없다. 언론과 관련된 보도 원칙이나 법률 또한 전부를 말해주진 못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사례가 하나 있다. 새로 개국했던 종합편성 채널 중 하나가 한 익명의 남자연예인이 여자친구로부터 ‘동영상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자료화면엔 한 남자연예인이 모자이크 처리돼 제시됐는데, 그로 인해 그 남자연예인은 누리꾼들에게 뉴스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방송사는 이후 해당 연예인은 단순히 화면 제작 과정에서 임의로 제시된 것이며 실제 사실과는 상관이 없다고 전했다. 또 이것이 보도 규칙에 위반된 것은 아니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보도원칙’이 해당 인물과 누리꾼들의 피해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도 원칙에 맞는 기사와 독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사, 즉 문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효용론적 관점’에서의 기사는 조금 다른 꼴이다. 이점을 우리는, 그리고 모든 언론들은 항상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에게도 분명 용납하지 못할 선은 있다. 간혹 어떤 취재원은 납득되지 않는 수준에서의 정정을 요구한다. 언제나 반성하되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벌써 종강호다. 나 개인은 물론 우리 전체가 무엇을 좇아 지금에 이르렀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때다. 앞으로도 미숙함으로 인해, 또는 간혹 억울하더라도, 한대신문은 논란을 빚어낼지 모른다. 두려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위축되진 않으려 한다. 그리고는 현재를 발판삼아 미래를 그릴 것이다. 말 한마디가 가진 위대한 힘을 이해하는 것, 곧 그 효과를 인정하는 것에서 ‘지속가능한’ 한대신문이 출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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