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향한 두 시선
어린이날을 향한 두 시선
  • 노영욱 수습기자
  • 승인 2012.04.29
  • 호수 1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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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5월 1일 제3회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다

<일본경찰 입장>
나는 지금 일본 경찰관으로서 어린이날 행사를 중지하기 위해 가는 중이다. 원래 강화소년개벽 강화지사에서 어린이날을 기념해 낮에는 시위행렬이, 밤에는 기념식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늘이 노동기념일이라 오해를 줄 수 있다는 핑계로 모든 행사를 막으라는 것이다.

▲ 어린이날 행사를 주관한 '색동회'의 윤극영 외 7인
어제만 해도 색동회를 발족시킨 방정환 씨는 노동기념일과 어린이날의 성격을 구분하며 행사가 중지될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그리고 우리 일본경찰 측으로부터 승낙을 얻었기 때문에 일본경찰의 간섭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여태까지 그들이 행해왔던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우리의 비위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어린이 인권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명목 하에 민족의식을 널리 퍼뜨려 독립운동을 진행하려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행하는 잡지 「어린이」만 봐도 조선의 문화, 역사, 지리는 물론 동요가 있어 어린이들이 민족의식을 체득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었다. 또 작년 어린이날 행사가 성황리에 치러졌기에 그들의 입지가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는 꼭 중단시켜야 한다.

강화소년개벽 강화지사에 도착했다.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조선소년운동협회와 색동회 인사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또 행사를 중단해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실망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소년운동의 본질이 민족운동에 있다는 것을 우리 일본경찰이 알아차린 이상, 이를 방치할 순 없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 대일본제국이 조선 식민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할 일이다.

참고: 논문 「방정환의 소년인권운동 재고」,「윤극영의 동요세계」
도움: 김정의<한양여대 여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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