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요구를 부당한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식이 필요하다
정당한 요구를 부당한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식이 필요하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4.08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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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나는 꼼수다’ 들었어?” 자칭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팬인 친구가 자신의 친구에게 건넬 법한 인사다.

화제가 됐던 팟캐스트 「나꼼수」는 ‘뉴미디어’로서 독창적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나꼼수」의 일원이었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 끝에 징역을 선고받은 데서부터 위기는 시작됐다. 이어 발생한 ‘비키니 사건’ 역시  「나꼼수」에게는 뼈아픈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나꼼수」 사람들의 고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진행자 네 사람 중 한 명이자 노원구갑 지역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 후보의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용민 후보의 발언들은 과거 성인용 인터넷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이었다. 폭력성과 여성 외국 정상에서부터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선정성이 문제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내용에 대해 놀라워했다. 지난 비키니 사건에서부터 비롯된 여권 인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김용민 후보를 공천한 민주통합당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의 이력에 대해 세심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공천의 기준과 책임 추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어쨌거나 ‘진보세력’의 입장에서 현재 우려해야 하는 것은 좀 더 먼 미래여야 한다. 나는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을 상대로 대적할만한 무기 중 하나가 ‘성적 도덕성’의 우위일 것이라고 본다.

최근 새누리당 등의 보수세력이 가졌던 큰 결점 중 하나는 성적 문제를 일으켰던 점이었다. 성추행 파문이 일고도 지역구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여학생들과의 자리에서 특정 직업군의 이야기를 인용해 성적 발언을 한 국회의원 등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보수세력에 대한 반발심을 느끼게 했다. 진보세력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을 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상황을 지금 이대로 껴안고 간다면, 진보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성적 도덕성의 우위는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순전히 ‘수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생산자’의 정당성을 포용하지 못하리란 ‘억울함’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정치는 결과로 말을 한다. 진보세력의 자유로운 비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지지가 약화되지 않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편 현 정권에 반하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로 모든 이들은 ‘단결’해야 하는 것인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돼야 하는 것일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현 정권을 옹호하는 측의 소위 ‘알바’라도 되는 것인가. 참 무서운 얘기다.

이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에 가졌던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와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의 학생기자들에게 유 대표는 “진보세력의 불편함을 안다”고 말했다. 부정세력에 저항했던 고결함은 좋지만 그 때문인지 “남의 말 잘 안듣는다”고. 김용민 후보가 어느 정도 훌륭한 인물인지 정확히 평가내릴 순 없지만 그런 ‘남의 말 잘 안들음’이 김 후보를, 또 그의 지지자들을 고집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는 “대의를 위해 누군가 희생돼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한 자가 추앙받아야 하는 것이지, 대의를 위해 누군가 희생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김용민 후보의 사태는 이와 같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희생은 결국 고결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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