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방정식
정의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방정식
  • 윤덕균<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 승인 2012.04.02
  • 호수 1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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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방정식은 ‘한 사람에게 주어진 부와 권력과 명예의 합은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의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한 사람이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점하려하기 때문이다.

최인호 원작 ‘상도’에 보면 거상 임상옥은 석숭스님으로부터 어려움에 처했을 때 펴 보도록 한 두 번째의 비기 중에서 솥을 의미하는 정(鼎)자를 발견하게 된다. 석숭 큰스님은 분명히 말했다. “두 번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너는 반드시 삼족이 멸하는 멸문지화를 당하는 참화를 입을 것이다.” 그렇다면 솥정(鼎)자의 비의는 무엇인가. 조선 후기 난을 일으킨 홍경래는 임상옥에게 솥의 대소 크기와 무거움과 가벼움의 정도를 물음으로써 제왕의 제위를 노리는 정혁을 함께 하자고 넌지시 권유했다. 임상옥의 대답이 “솥의 무게가 가볍다.” 하면 혁명에 가담하겠다는 뜻이고 “ 솥의 무게가 무겁다.” 하면 혁명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혁명에 참가했으나 혁명이 실패해 대역 죄인이 된다면 멸문지화를 당하게 된다.

반대로 혁명에 가담하지 않았다가 홍경래의 난이 성공한다면 홍경래로부터 참화를 입게 된다. 고민하던 임상옥은 추사 김정희를 찾아뵙고 솥 정(鼎)자 즉, 삼족기의 의미를 듣게 된다. 솥은 세 개의 발이 조화롭게 거리를 두고 받칠 수 있을 때 안정된다. 솥의 3발은 인간사에서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물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명예를 가진 사람은 명예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권력까지 탐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재물까지 탐한다. 재물을 가진 사람은 재물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명예까지 탐한다. 솥이 쓰러져 뒤집히는 것은 명예와 권력과 재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탐함으로서  세 개의 발이 두 개의 발로, 또는 한 개의 발로 줄어들어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욕망을 합쳐서 천하를 통일하여 한 사람이 누리려 하는 것은 마치 한 발을 가진 솥이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솥 정(鼎)자를 임상옥에게 써준 석숭 스님의 뜻이었다. 여기서 임상옥은 자기는 재물을 가지고 있으니 권력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 홍경래의 정혁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 그 결과  홍경래의 난이 평정된 후에도 멸문지화를 피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권력과 명예, 그리고 재물의 합은 일정해야 한다.”는 정의사회를 이끄는 기본 방정식이 나온다.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쇼군은 권력을, 사무라이는 명예를, 그리고 상인은 재물을 균점함으로서 일본 사회의 삼족기’를 이루고자 했다. ‘천황은 명예를, 총리대신은 권력을 그리고 경단련 회장은 재물을 균점함’으로서 삼족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에서 보면 초급 간부사원 보다 말단 숙련공이 월급이 많다. 이것이 바로 ‘기업경영의 삼족기 균형’이다. 2002년 박사학위가 없으면서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 시마즈제작소의 주임연구원 다나카고이치가 이를 입증한다. 도호쿠 대학 78학번인 그의 학창시절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가정 형편상 졸업하자마자 취업의 길을 택했다. 1차로 지원한 소니사에서 떨어진 후 시마즈 제작소에 입사했다. 그의 입사동기들은 과장이나 계장이지만 그는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승진시험을 거부하고 말단에서 셋째인 주임에 만족했다. 말단 주임이지만 충분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진급하려 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노벨상을 수상한 원동력이다. 그에게는 연구가 생활의 전부였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이사로 진급시키겠다는 회사의 제언을 거부할 정도다. 대통령이 노벨상을 탐하고,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꿈꾸는 ‘삼족기의 정의’가 무너진 한국 사회에 무엇이 사회정의인가를 보여주는 산 교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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