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은 갈등이 아니다
두려운 것은 갈등이 아니다
  • 한대신문
  • 승인 2012.03.11
  • 호수 1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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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지금 이곳은 곳곳이 갈등이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에서부터 MBC와 KBS 파업 그리고 캠퍼스 안의 등록금 투쟁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격한 갈등 중이다. 옳고 그름과 상관없는 이해관계의 실타래가 헝클어진 모습을 보니 이런 갈등이 좀처럼 풀릴 것 같아 보이지 않아 더욱 안타까운 오늘이다.

갈등은 그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가치중립적인 징후다.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런 의미에서 갈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 사회가 노쇠할수록 갈등은 찾아볼 수 없으며, 변화하지 않는 견고한 현재만이 지속될 뿐이고, 그 지속의 시간만큼 사회는 쇠잔해져갈 뿐이다.

우리사회는 지독히 역동적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변화의 열망이 강하고 개선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말이다. 그 역동의 동력은 갈등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관점 이 부딪히면서 현재의 개선과 진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사회가 역동적인만큼 건강하고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런 낙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갈등의 과정에 있다. 우리의 갈등 과정에서는 대립하는 주체들이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내 의견만을 관철시키겠다는 일방적인 태도로는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상호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갈등은 사생결단의 전쟁일 뿐이다.

강정마을의 발파음을 들으며 생각한다. 5년 이상을 끌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해군기지 건설이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합의하고 지지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진지하게 논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옳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더욱 그렇다. 그동안 성과주의의 맹목과 일방적인 조급증으로 돌이킬 수 없게 만든 수다한 사업들을 기억하지 않는가.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것은 갈등이 아니다. 효과와 효용의 이름을 앞세워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권력의 일방주의와 그 주변에서 기생하는 폭력적인 논리들이다. 갈등을 해소해나가기 위한 우직한 기다림과 상호 이해의 세련된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힘만으로는 결코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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