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레벨테스트 논란 올해에도 계속 “제발 C 받게 해 주세요”
영어레벨테스트 논란 올해에도 계속 “제발 C 받게 해 주세요”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3.10
  • 호수 1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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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배들이 무조건 못 보라고 했는데” 학교 “비양심적으로 시험에 응한 학생들 잘못”
서울캠퍼스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영어레벨테스트가 계속되는 규정 변화에도 학생들로부터 불만을 제기받고 있다. 학교 측은 ‘영어교육의 효율화’의 취지에 맞춰 제도를 보완하고 있고 문제는 학생들이 시험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입장이다.

핵심교양과목인 「기초학술영어」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기초학술영어」가 △핵심교양 외국어영역에 속하는 점 △절대평가에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는 점이 그 원인이다. 여기에 졸업 전까지 5개의 영어전용강좌를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졸업 요건 상 영어전용강좌의 가짓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0학년도까지는 영어레벨테스트 결과에 상관 없이 「기초학술영어」 수강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선호도 때문에 작년부터는 Level-C를 받은 사람과 시험을 응시하지 않은 사람만 듣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그러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1000여 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는 “작년에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글로벌한양전형으로 입학한 친구 중 한명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초학술영어를 수강하는 것을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불만을 수용해 올해부터 「기초학술영어」는 영어레벨테스트에서 Level-C를 받아야만 수강할 수 있게 됐다. 미응시자는 「기초학술영어」를 수강하지 못하게 하고 「전문학술영어」 강좌 선택을 제한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바뀐 제도에도 많은 학생들은 「기초학술영어」를 듣고자 했고, Level-C를 받기 위해 실력대로 시험을 보지 않았다. 영어레벨테스트를 관장한 한문섭<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제 실력대로 시험을 열심히 볼 것이라 믿었는데 Level-C를 받기 위해 장난식의 답안을 낸 학생들의 행동에 놀랐다”고 말했다. 쓰기시험 같은 경우에는 “제발 C를 달라”나 “이런 이상한 레벨테스트는 폐지하라” 등 도를 넘는 답안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Level-N이라는 새로운 등급이 등장했다. Level-N은 미응시로 처리돼 나중에 Level-A의 학생들과 같이 「전문학술영어」를 듣게 된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 답안에 절대 Level-C를 줄 수 없다는 학교 측이 내놓은 비상 대책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기초학술영어는 듣는 것이 좋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들었다”며 “Level-C를 받기 위해 일부러 제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는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Level-N을 받았다”며 “이런 레벨이 있다는 공지를 사전에 들었으면 차라리 열심히 봤을 텐데 학교 측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불만에 학교 측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교수는 “이 사태 때문에 교직원들과 교수들이 말하기·쓰기시험을 일일이 검토했고 고의로 간주되는 답변을 낸 500여 명의 학생들에게 Level-N을 만들어 부여했다”고 말했다. 또 “Level-N을 받은 학생들 중 영어실력이 정말 부족했던 학생들은 고등학교 내신 영어과목 성적, 수능 외국어영역 성적 등 증빙자료를 준비해오면 검토해보고 Level-C로 조정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기초학술영어」를 핵심교양에서 일반교양으로 전환하거나 영어레벨테스트의 결과를 학점의 일부로 반영하는 대책을 논의 중이다. 끝으로 한 교수는 “학점만 좇아서 제도의 맹점을 찾아내 시험을 본 것은 스스로에게 먹칠하는 꼴”이라며 “수준별로 반을 편성해 영어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영어레벨테스트의 기본적인 취지를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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