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음소리, 이제는 들어주세요”
“우리의 신음소리, 이제는 들어주세요”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3.10
  • 호수 1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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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정부가 주거난 해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우리는 살 곳이 없다   ② 주거문제 극복을 위한 대책

지난 1360호 ‘우리는 살 곳이 없다 ①’에서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주거환경을 점검해봤다. 안진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전세대란과 서민 주거난 때문에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 허니문푸어(결혼 후 빈곤층) 등의 30ㆍ40대가 대학가로 몰려와 대학생이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주거환경 문제가 교육권과 대등한 선상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문제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학교, 학생 모두가 외면할 수 없는 ‘대학가 핫이슈’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후속기사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들을 소개 및 점검해보고자 한다.

기숙사,  건축비·부지 문제가 걸림돌
지난호 연재 기사에서 드러났듯 기숙사 확보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대안이다. 그러나 건축 비용 때문에 학교가 쉽게 기숙사를 짓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대학 측에서는 민자기숙사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난 2006년 건국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서강대, 숭실대 등이 민자기숙사를 도입했다. 이들은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 즉 민간자본이 기숙사를 건립 및 기부한 뒤 운영권을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민자기숙사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숙사보다 비용이 비싸다.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기 보다는 기숙사수용률을 높이려는 학교와 수익창출을 기대하는 민간자본이 결합한 결과물에 가깝다.

대표적인 민자기숙사로 꼽히는 건국대 ‘쿨하우스’는 기숙사비가 한 학기 128만 4천원(2인실 기준)이다. 식비까지 포함하면 175만원에 달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정해인<건국대 영어영문학과 11> 양은 “통학이 힘들지만 학교 기숙사가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기숙사가 원룸 월세 값 못지않아 쉽게 선택할만한 거주유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캠퍼스의 한정된 부지 문제로 기숙사를 짓지 못하는 학교들도 많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는 부지 문제로 캠퍼스 내에 기숙사가 없다. 대신 ‘원룸 보증금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가 학교 주변에 있는 원룸과 전세 계약을 맺어 보증금 없는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에게 2인 1실의 원룸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대학 역시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콜럼비아대는 캠퍼스가 속한 워싱턴에서 떨어진 근교에 기숙사를 설립했다. 저렴한 근교에 기숙사를 설립하고 셔틀버스를 운영해 부지문제를 해결한 것뿐만 아니라 남는 예산으로 더 좋은 기숙사 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경우다.

학교 및 지자체,  순탄한 시작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숙사가 아닌 다른 방안을 통해 대학 및 지자체가 협력하는 사례도 있다. 안 팀장은 “중앙정부 및 지자체와 학교가 힘을 합쳐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는 공공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모델”이라며 “성동구의 해피하우스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인 희망하우징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해피하우스는 버려진 빈 집을 찾아 수리한 후 대학생과 저소득층에게 월 15만원의 하숙집으로 제공하는 성동구와 작년 총학생회 ‘터미네이터’의 주거 사업이다. 작년 5월 문을 열어 현재는 8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피하우스 거주생 A는 “하숙비 6개월치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 점과 추첨하기 전에 방 크기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단점”이라며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깨끗한 시설을 제공받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해피하우스 사업을 기획한 고재득<성동구청> 구청장은 “빈 집을 활용한 소형 해피하우스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떨어진 민간건물을 활용해 20명 내외가 입주하는 중형 해피하우스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희망하우징은 기존에 서울시가 운영하던 유스하우징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서울시의 SH공사는 지난달 25일 서울시내 10여 개 대학 주변에 총 268실의 원룸형과 다가구주택형 주거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원룸형은 월 임대료가 기초생활수급자는 13만 2천원, 비수급자는 15만 8천원이고 다가구주택형은 기초생활수급자가 8만원, 비수급자가 9만 6천원이다. 두 유형 모두 임대보증금은 100만원이다. 현재는 접수가 완료된 상태다.

학생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다
학교와 사회가 해결해줄 수 없다면 학생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정보 공유 커뮤니티 개설뿐만 아니라 주거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까지, 학생들의 자구책은 다양하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커뮤니티 ‘위한’은 작년 12월 부동산 게시판을 열었다. 위한과 제휴한 몇몇 공인중개사는 수수료를 20%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게시판에 수시로 관련 정보를 올리고 있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연세대 학생들을 주축으로 대학생 주거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거환경과 관련된 세미나 및 토크 파티를 열고 △자취·하숙 정보 공유 △이사도우미 지원 △밑반찬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내 생활협동조합의 지원으로 120명의 학생들을 선발해 매학기 60만원의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성공회대의 ‘꿈꾸는 슬리퍼’ 또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작년 4월부터 3~4명씩 모여 3~4일 간 학교 내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고 있다. 이는 세상에 20대의 주거난을 알리려는 퍼포먼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안 팀장은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줘야 학생들도 사회에 도움받은 만큼 환원하는 선구조가 생겨날 것”이라며 “그 전에 당사자인 학생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있어야 사회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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