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도 없다면 쪽방으로
보증금도 없다면 쪽방으로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3.04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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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을 전전하는 한 학생의 하소연
경기도 양평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임지연(가명) 양. 그녀는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두 곳의 고시원을 거쳐 현재 세 번째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안내를 따라 ‘창문 있는 방 32만원, 창문 없는 방 29만원’이란 글귀가 붙여진 고시원 문을 열었다. 복도의 천장은 속살이 훤히 보였다. 그녀의 방에 들어가니 3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과 옷걸이, 침대가 간신히 놓여있다. 창문이 있지만 작은 크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답답하니까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요. 살다보면 적응돼요.” 그녀가 무덤덤하게 말한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는데 그녀가 벽과 벽 사이의 벌어진 틈을 가리킨다. 방음만 안되는 것이 아니라 옆방이 보이기도 한다.

임 양은 거주비용은 자신이 벌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 때문에 보증금이 필요 없는 값싼 고시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학년 당시 처음에 산 고시원은 방안에 화장실이 있는 일종의 ‘고시텔’ 개념으로 시설은 좋았으나 가격은 50만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고시원 방값을 대던 그녀는 2학년이 되면서 학과 집행부 활동을 하게 됐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그만둬 3개월 동안 고시원 방값이 밀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후 그녀는 조금 더 싼 고시원으로 옮겼고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다.

식사는 어떻게 하냐고 묻자 고시원 생활 초기에는 부엌에서 밥을 먹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로 밖에서 먹는다고 한다. 고시원 방값이 3만원 내려간 대신 국을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마른반찬과 밥만 먹으니 목이 메어 왔다. 고시원 내 모르는 사람과의 식사가 불편한 이유도 있었다.

그 외에도 그녀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대시설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빨래 건조대도 남녀 공용이라 속옷은 부득이하게 방 안에서 말린다. “방이 워낙 건조해서 잘 마르더라”는 말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녀가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이다. 새 학기인 요즘은 등록금과 교재비 등 돈 쓸 일 투성이다. “곧 술자리나 후배들 밥 사줄 때가 많을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개강의 설렘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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